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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신생아 집단사망' 국과수 부검 시작…의문사 미스터리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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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오늘 정밀 부검…사인·의료과실 둘 다 본다

전대미문 4명 잇단 사망…'감염병vs과실' 견해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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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치료 중 숨진 신생아의 시신이 부검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 분소로 옮겨지고 있다. 2017.12.1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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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치료 중 숨진 신생아의 시신이 부검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 분소로 옮겨지고 있다. 2017.12.1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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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류석우 기자 = 지난 16일 밤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81분 사이에 잇따라 숨지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본격적인 부검이 진행됐다.

이에 따라 대학병원 의료진조차 모르겠다'며 난색을 표하면서 미궁에 빠졌던 사인(死因)의 실마리가 풀릴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날 오전 6시50분 서울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시신 안치실에서 차갑게 식은 아이의 시신을 확인한 유가족은 시신이 담긴 상자를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오열했다.

세 아이의 유가족은 오전 7시14분부터 장례식장 앞에 대기하던 구급차에 차례로 올라 국과수로 향했다. 마지막 환아의 시신은 유가족이 멀리 떨어져 있어 보호자 없이 구급차에 올라야 했다.

이윽고 먼저 출발한 세 대의 구급차는 오전 7시49분부터 1분 간격으로 서울 양천구 국과수에 도착했고, 마지막 구급차도 한 시간여 뒤인 오전 8시39분 도착해 부검 준비에 들어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고 전담팀은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약 3시간 동안 의문사 한 신생아들의 부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부검 과정에서는 해부를 통한 혈액 검사와 세균 배양은 물론 괴사성 장염 여부, 장기 훼손 원인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게 된다.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약 2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찰은 당시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현장에 있던 의료진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의료과실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신생아 사망 당시 현장에 있던 의료진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병원장에 대한 소환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신생아들이 치료 과정에서 접촉한 모든 것들로부터 가능성을 열어 봐야 한다"며 "인큐베이터와 관련 기기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투여된 약은 정상적이었는지, 의료진이 적절한 치료를 했는지 등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81분 내 신생아 4명 잇단 사망…의료진 "사인 모르겠다"

신생아 4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숨지는 사고는 전례가 없다. 병원과 서울 양천구청 보건소, 경찰은 다각도로 사고원인을 파악해 사망원인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까지 사인은 의문에 휩싸여 있다.

앞서 정혜원 이대목동병원장은 전날(17일) 브리핑에서 "16일 오후 5시30분쯤부터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4명의 환아에서 심정지가 발생했고 의료진의 적극적인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사망했다"고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4명의 환아들의 사망은 16일 오후 9시32분부터 오후 10시53분까지 총 81분 사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시간대별로 A환아(생후 1개월2주)는 오후 5시44분~오후 6시4분 1차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다시 오후 8시12분~오후10시10분 2차 심폐소생술을 받던 도중 숨을 거뒀다.

B환아(생후24일)도 오후 7시23분~오후9시32분 심폐소생술 도중 숨졌고 C환아(생후 1개월1주)와 D환아(생후9일)는 오후 10시31분과 오후 10시53분에 각각 1차, 2차 심폐소생술을 받다가 결국 사망했다.

병원은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환아 4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숨지는 사건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어렵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만 "전원 조치된 환아들은 모두 상태가 양호하다"고 덧붙였다.

병원에 따르면 사망한 환아 4명을 제외한 나머지 신생아중환자실 입원 환아 12명 중 4명은 퇴원했고, 8명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전원 조치한 병원은 강남성심병원(5명), 세브란스병원(1명), 보라매병원(1명), 서울의료원(1명)이다.

이날 병원 브리핑 현장에서는 아이를 잃은 보호자들이 "유가족 설명도 없이 언론브리핑부터 하느냐"고 따져 물으면서 "병원에서 우선순위로 챙기는 대상이 언론사인지 유가족인지 묻고 싶다"며 병원의 대응을 꼬집었다. 이어 신생아들이 배가 볼록했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며 의료진 과실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당시 신생아를 상대로 긴급조처를 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지만, 의료진은 "사망 원인을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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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치료 중 숨진 신생아의 시신의 부검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 분소로 옮겨지고 있다. 2017.12.18/뉴스1 © News1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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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감염병·의료과실' 분분…미스터리 풀릴까

한편 신생아 집단 사망의 원인이 '감염병'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질병관리본부도 역학조사에 착수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도 '감염'과 '의료과실'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질본 관계자는 “임상적 소견을 우선 듣기로는 감염병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원인균을 찾거나 감염병을 배제하는 등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1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감염병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병원 측에서도 사고와 관련해 감염병 정황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인으로 거론되는 건 원내감염이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반론이 많다. 서울 대학병원의 한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이 사인이라면 미숙아들이 차례로 증상이 나타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숨진 것은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아이들이 언제부터 건강이 나빠졌는지 그리고 병명이 무엇인지를 신속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희박한 확률이지만 신생아실 의료장비 오작동이나 전원공급 등 운영시스템에 오류가 생겼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가장 엄격히 관리되고 비상전력을 갖췄기 때문에 설득력이 약하다.

서울 대학병원 한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일부에서 신생아실의 시스템 오작동을 말하지만 병원 특성상 거의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며 "동시에 4명의 아기가 숨지다 보니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경찰도 의료과실 가능성을 두고 사망 원인과 의료과실 여부 모두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사망 사건 자체는 최초 신고를 접수한 서울 양천경찰서가 그대로 이어가지만, 의료과실 여부는 서울청 광수대 의료사고 전담팀이 맡는다. 이날 국과수에서 부검 과정을 지켜본 광수대는 부검이 종료되면 이대목동병원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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