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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첨단 수용소로 변한 중국 신장…위구르인 수만명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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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AP, 현지 취재와 해외 위구르인 인터뷰 통해 보도

지난해부터 분리주의·테러 방지 명목 감시체제 강화

강제수용소 구금·생체정보 수집, 시장 들어갈때도 검문



이집트 카이로에 유학했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코를라(쿠얼러) 외곽의 집으로 돌아온 위구르인 청년은 지난봄 어느 날 경찰에 끌려갔다. 일곱달이 지났지만, 그의 어머니는 아들로부터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 아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지 못한다.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지난해부터 수천~수만명이 경찰에 연행된 뒤 재판이나 법적 절차 없이 강제수용소 등에 수감돼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현지 취재와 해외 위구르인들과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17일 보도했다. 극단주의 사상을 가졌다거나 해외에 다녀왔거나 유학했다는 점 등이 이유다.

신장은 세계에서 가장 삼엄한 ‘경찰 통치 지역’이 됐다. 정교한 감시카메라와 검문,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수집과 감시 기술이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촘촘하게 감시한다. 1000만명의 위구르인은 잠재적 테러리스트, 반국가 세력으로 간주되고 있다.

2009년 신장의 중심도시 우룸치(우루무치)에서 일어난 위구르인과 한족의 충돌, 2013~2014년 신장과 쿤밍 등에서 일어난 공격 사건 이후 통제는 계속 강화됐다. 특히 중국의 또 다른 소수민족 지역인 티베트 당서기를 역임한 뒤 지난해 신장 당서기가 된 천취안궈 서기는 분리주의 세력과 테러리스트 소탕을 내세워 ‘공포 정치’를 강화했다. 호탄(허톈)의 선전 담당 관리인 바오창후이는 <에이피>에 “우리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몇 년 전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돼 수백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은 위구르 무장세력들이 시리아 내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가담해 싸우고 있다며 치안 강화 조처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해외로 망명한 위구르인 운동가들과 국제 인권기구는 중국 당국의 강압적 통치가 위구르인들을 극단주의에 기울게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당국은 수용소 구금이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위구르인들은 일종의 세뇌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이곳에 갇힌 위구르인들은 중국어, 법률, 민족단결, 극단주의 탈피, 애국심 등을 학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압력은 해외에서 유학중이거나, 망명한 위구르인들에게까지도 미치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최근 자국 내에서 이슬람을 공부하는 위구르 학생들을 중국으로 송환하기 시작했다. 돌아온 학생들은 해외에서 무엇을 했는지 삼엄한 심문을 받고 많은 이들이 수용소로 보내진다.

특히 신장 남부는 전세계에서 가장 삼엄한 지역이다. 호탄(허톈) 시내에는 500미터 간격으로 경찰 초소가 설치됐고, 중심도로에는 무장 장갑차가 다니며 순찰한다. 검문소마다 차량을 세우고 신분증을 검사하며, 스마트폰에 종교적 내용이 들어있는지 등을 체크한다. 시장에 들어가려면 금속탐지기를 통과한 뒤 신분증을 제시하고 얼굴 인식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신장 당국이 발표한 예산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공안 관련 예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증가했다. 2009년에 비해서는 4배 증가했다.

지난해 말부터 신장 당국은 의무적 건강검진 등을 통해 주민들의 DNA 샘플과 지문, 음성 정보 등 생체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휴먼라이츠워치 등은 밝혔다. <에이피>는 당국이 음성 분석기 등의 장비를 구매한 자료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달 신장 정부는 지역 내 모든 정부 공무원들이 위구르 가정에 1주일씩 머물면서 이데올로기와 극단주의 극복 방안을 가르쳐야 한다고 발표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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