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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선우예권의 올곧은 타건…피아노 스타 탄생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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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선우예권 리사이틀 가보니

15일 콩쿠르 우승 뒤 첫 독주회

풍부한 감성, 현란한 터치

오케스트라가 된 피아노

앙코르만 5곡…관객 기립박수

공연 후 사인회 1000여명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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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 15일 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또 한 명의 스타 피아니스트 탄생을 알렸다. 객석의 열기는 콘서트 무대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식을 줄 몰랐다.

지난 6월 반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뒤 이날 처음 리사이틀을 연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8)은 그의 풍부한 감성을 꾹꾹 눌러 담은 농익은 연주로 객석에 큰 여운을 남겼다. 그가 보여준 눈부신 기교와 섬세한 타건은 관중을 압도했다. 애초 20일 하루만 공연을 예정했으나 팬들의 요청으로 이날 추가 공연을 선보인 그는 기량을 과시하거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음악에 혼연일체해 자신만의 연주를 담백하게 펼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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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무대에서 선보인 곡만 총 4곡. 그레인저가 편곡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 주제에 의한 ‘사랑의 듀엣’을 시작으로 슈베르트의 ‘소나타 19번 c단조 작품 958’,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2번 b플랫단조’, 라벨의 ‘라벨스’를 들려줬다. 앙코르곡까지 합치면 무려 9곡을 연주했다. 본 공연보다 앙코르 무대에서 한 곡을 더 들려준 셈이다.

첫 곡에서는 깊어진 농염함이 눈길을 끌었다. 그의 열 손가락이 만들어낸 음표들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곧바로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에선 하얀 건반과 검은 건반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면서도 특유의 따뜻한 선율로 음악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2부에선 특히 빛을 발했다. 그의 개성과 장점을 매우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두 대의 피아노로도 소화하기 빠듯한 라벨의 현란한 오케스트라 요소들을 오로지 혼자 두 손으로 감당했다. 마치 피아노를 오케스트라로 바꿔놓은 듯 다채로운 음색과 표정을 구현해냈다.

한 곡이 매번 끝날 때마다 객석 여기저기에서 “브라보” “꺄악!” “와~”하는 탄성이 빗발쳤다. 그는 환호에 답하기라도 하듯 차이콥스키 ‘사계’ 중 ‘10월’을 시작으로 그륀펠트가 편곡한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 서곡 주제에 의한 ‘빈의 저녁’, 리스트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라 캄파넬라’를 비롯한 무려 다섯 곡의 앙코르곡을 연주했다. 연주가 막바지에 다가갈수록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공연 후 늘어선 사인 줄은 1000여명을 넘어섰고 밤 11시를 훌쩍 넘겼다.

선우예권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음악계 관계자들은 ‘그가 늦게 빛을 봤다’고 말한다. 그의 재능이 반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뒤 뒤늦게 알려지자,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은 “당연한 보답”이라고 했다.

이날 연주 이후 온라인에는 후기 글들이 올라왔다. “아니 왜 티켓값(1만~5만원)을 이것밖에 안 받으시죠?” “이날 완전 홀렸다. 따뜻한 연주와 에너지의 여운이 아직도 생생하다.” 꽉찬 객석에 간간이 눈에 띈 빈자리를 안타까워하는 팬들도 있었다. “이렇게 훌륭한 공연을 이 가격에 볼 수 있었는데 ㅜㅜ 이번 공연을 계기로 더 큰 인지도를 얻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뒤늦게 전성기를 맞은 그는 내년 이맘때까지 국내외 일정이 꽉 찼다. 바야흐로 선우예권 시즌이다. 이달만해도 빼곡하다. 20일에는 아이비케이(IBK)챔버홀에서 또 한번의 리사이틀을 연다. 21일에는 서울 강남의 클럽 옥타곤 무대에도 오른다. 17일 수원, 18일 광주에 이어 25일 대구에서 지역 관객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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