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2017 한국경제 빛과 그림자] 기업, 나라 곳간 넘치는데… 가계, 고용엔 찬바람

댓글 9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 3% 성장과 냉골 체감 경기

세계 경기 회복으로 수출 호황

성장률 3년만에 3%대 복귀 전망

정부 세수목표 10월에 이미 달성

경기 온기 고용창출로 안 이어져

가계 소득은 8분기 연속 감소세

청년실업 매달 최고치 경신 행진
한국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7년 한국 경제는 수년간 이어진 정체를 떨쳐 내고 다시 비상(飛上)을 꿈꿀 수 있는 도약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수출이 정상 궤도에 오르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다시 3%대로 복귀했다. 기업 이익은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고 나라 곳간(재정)은 더 튼튼해졌으며 물가 수준도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기업ㆍ정부 쪽에 완연하게 온기가 돈 반면 여전히 가계에는 볕이 들지 않아 한기가 서늘했다.

잘 나가는 기업, 호황 누린 정부

한국 경제는 올해 3%대 실질성장률을 달성한다. 3분기까지 이룬 성과만으로도 3%대가 가능한데, 4분기에 제자리걸음만 하더라도 3.2% 안팎은 나올 것으로 추산된다. 2014년 3.3% 를 기록한 뒤 3년 만에 다시 3%대 성장세로 복귀하는 셈이다.

바닥을 차고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 덕분이었다.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 수출은 5,790억달러를 달성해 지난해보다 13.1%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6.6%의 수출 증가율(금액 기준 6,174억달러)이 예상되고, 나라 전체 성장률도 3% 달성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향후 수년간 세계 경기를 낙관적으로 예측하고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3% 언저리의 안정적 성장 기조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삶의 질을 재는 지표 중 하나인 1인당 국민소득(GNI)은 내년 중 3만 달러 돌파가 확정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기에 큰 변화가 없다면 내년 중반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사상 처음으로 3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호주 제외)에서는 일본,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다.

정부 재정도 더 단단해졌다. 세금이 정부 예상보다 더 걷히는 ‘세수호황’이 올해에도 이어졌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는 10월까지 걷힌 세수로 이미 올해 목표를 달성했다. 법인ㆍ부가세와 함께 3대 세목을 형성하는 소득세(10월까지 누적진도율 86.7%)가 다소 부진하긴 해도 목표 달성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나라곳간이 풍족해지면서 복지를 확충할 여력도 생겼다. 경제가 갑자기 어려워졌을 때 재정이 버팀목을 할 힘도 세졌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등 소득주도 성장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가계ㆍ고용상황 개선될 줄 몰라

그러나 잘 나가는 기업ㆍ정부와 달리 가계는 여전히 냉골이다. 올해 3분기 가계 부문 실질소득은 월 439만1,823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감소했다. 전년동기 대비 가계의 월평균 실질소득 증가율은 2015년 4분기(-0.04%) 이후 8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2년 내내 가계 소득이 줄고 있다는 얘기다.

가계 소득이 정체된 근본 원인은 구조적으로 생산의 증가가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눈에 띄게 회복되는 상황에서도 10월과 지난달 신규취업자 증가폭은 정부의 연간목표(34만명)에 턱없이 못 미치는 20만명대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은 올해 들어 거의 매달 사상 최고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기업들이 신규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있다”며 “고용 부진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고 그에 따라 소비가 줄어 내수 일자리가 다시 정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생산과 수출 증가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와 화학 산업 등은 실제로는 고용 효과가 낮은 업종이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평균 점수는 높은데 과목별(산업별) 점수 편차가 심한 꼴”이라며 “투자도 반도체 중심으로 이뤄져 이런 불균형이 내수(소비+투자)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석했다. 내수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면 경제 체질 자체가 외부 변화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고, 성장의 과실도 수출 대기업에 집중되는 부작용을 피하기 힘들다.

결국 민간이 고용을 늘리지 못하자 그나마 여력이 있는 정부가 공공부문의 채용 확대를 마중물로 고용 사정을 풀어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는 한정돼 있고, 그런 노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고용지표 악화는 정부 힘만으로는 고용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결국 창업이 활성화되는 등 민간에서 일자리 창출이 많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