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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미숙아 4명에 심폐소생술 6회 … 81분 동안 차례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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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선 무슨 일이

16일 오후 5시40분께 첫 이상 증세

5시간10분 소생술 … 일부 잠깐 회복

신생아 보호자 “뭔가 이상” 112 신고

병원 아닌 경찰이 보건소에 알려

중앙일보

숨진 4명의 신생아 중 1명의 아빠라고 밝힌 한 남성이 17일 이대목동병원 측의 기자회견 도중 ’언론 브리핑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쫓아 왔다. 브리핑 대상이 유가족인가 언론사인가. 뭐하는 짓인가“라며 항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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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목동병원에 입원해 있던 신생아 4명에게 16일 오후 모두 여섯 차례의 심폐소생술이 진행됐다. 임신 25~34주 사이에 태어난 미숙아였던 신생아들은 모두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이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는 의사 1명, 간호사 4명이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신생아 중환자실 중에서도 상태가 가장 좋지 않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구역에서 일어났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오후 5시40분쯤 미숙아로 입원한 A군(생후 1개월14일)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졌다. A군은 5시44분부터 6시4분까지 1차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CPR 이후 A군은 잠시 회복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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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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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20분쯤 이번엔 B양(생후 24일)에게 심정지가 발생했다. 의료진이 B양에게 CPR을 시행하는 사이 A군의 상태는 다시 악화됐다. 8시12분부터 A군은 약 두 시간 동안 2차 CPR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B양 역시 두 시간 넘게 CPR을 받다가 9시32분쯤 사망했다.

A군이 사투를 벌이던 9시쯤엔 C군(생후 1개월7일)이 심정지를 일으켰다. 10분도 채 안 돼 D양(생후 9일)까지 심정지가 왔다. CPR이 시행됐지만 결국 두 아이 모두 회복하지 못한 채 숨졌다. C군은 CPR 시행 후 1시간30분 만인 10시31분 사망했다. 병원 측은 10시53분 마지막으로 D양에게 사망선고를 내렸다. 81분 새 4명의 신생아가 연이어 사망했다. 네 아이 중 둘은 아직 이름도 갖지 못한 상태였다.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이는 병원 측이 아닌 신생아 보호자 중 1명이었다. 이 보호자는 11시7분쯤 112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중환자실인데 아이가 2명 이상 숨졌다. 4명의 아기가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신생아 2명 외에 또 다른 신생아 2명까지 모두 4명이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 관할서인 서울 양천경찰서와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가 현장에서 수사에 필요한 물품 등을 수거했다.

같은 병실에 있던 신생아 4명이 연이어 사망한 사고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관할 보건소에 상황을 바로 알리지 않았다.

병원 측은 17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보건소에 보고한 것처럼 말했지만 이 사건을 보건소에 통보한 것은 경찰이었다. 문영신 양천구보건소 의학과장은 “17일 오전 1시쯤 경찰이 양천구청 당직실로 사고 사실을 알려 바로 병원 총무과장에게 확인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보건소는 직원 2명을 병원에 보냈다. 이들은 신생아 12명 중 4명을 퇴원시켰고 8명은 강남성심병원과 신촌 세브란스병원,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 등 4개 병원으로 가도록 했다. 숨진 신생아들은 이대목동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보건소는 사건 발생 확인 8시간 뒤인 17일 오전 9시에야 역학조사를 시작했다.

숨진 신생아의 한 가족은 “심정지가 오기 전인 16일 낮부터 아이의 심박수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등 이상 증상이 있었음에도 병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병원 측이 연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자신이 사망 신생아의 아빠라고 밝힌 한 남성은 “(사건 경위를) 누구에게 가장 먼저 알려 줘야 하느냐. 뉴스에서 브리핑한다는 얘기를 듣고 (기자회견장에) 왔다. 지금 병원의 우선순위가 언론사냐, 유가족이냐. 지금 뭐하는 거냐”고 항의했다.

홍상지·하준호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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