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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희귀질환 환자들, 문재인 케어에 실낱 희망 걸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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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1500~2000종 질환 20만 명

치료약 드문 데다 대부분 건보 안 돼

급여화 전환 대상 포함되는 게 절실

약 건보 등재도 오래 걸려 겹고통

1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희귀·난치병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희귀난치병인 소뇌위축증병을 앓는 초등학생 딸의 엄마가 올린 청원이다. 소뇌가 점점 위축되는 퇴행성 변화를 일으키는 희귀병이다. 병이 서서히 악화돼 보행이 불가능해지고 심해지면 침상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엄마는 “제일 인정하기 싫은 건 이 병이 약도 없지만 유전이라는 거예요. 희귀·난치병이다 보니 환자가 적어 모든 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희소식이 타시그나라는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가 효과 있다고 알려지면서 석 달 전부터 이 약을 복용하면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약은 건강보험이 안 된다. 한 달에 약값이 120만원이 든다.

이 청원에 33세 여성 환자가 댓글을 달았다. 이 환자는 “유전 가능성이 50%여서 어머니와 제가 투병 중”이라며 “엄마는 발병 10년 동안 집에만 있다. 환자의 80%가 실업 상태여서 타시그나를 먹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희귀질환 환자는 20만 명에 달한다. 환자가 2만 명이 안 되는 질환이 희귀병인데, 국내에 1500~2000종 된다. 희귀병은 약이 별로 없다. 몇 개 약이 있어도 건강보험이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유전성 혈관부종이라는 병의 약이 나올 예정이지만 월 300만~400만원에 달해 환자들이 엄두를 못 낸다. 대표적인 의료 사각지대다.

이들에게 희망이 생겼다. 바로 새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즉 문재인 케어다. 하지만 희귀병 약은 문 케어의 ‘비급여의 급여화’ 대상 3800여 개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로 자기공명영상촬영(MRI)·초음파 등의 검사와 치료재료 등이다. 약도 대상이긴 하지만 순위가 앞에 있지 않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제한적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보면 환자당 지원액이 연간 2000만원을 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환자별로 심의해 추가 지원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 할지 확실하지 않다. 추가 지원액에도 상한선을 정할 가능성이 있다.

33세 여성 소뇌위축증 환자는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아픈 사람이 의료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가장 급한 케이스일 것 같습니다. 아픈 저희가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희귀병 약의 보험 적용 절차도 문제다. 신현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은 “경제성(비용 대비 효과)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비급여 약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희귀병 약에 한해 경제성 평가를 면제하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대한약학회 창립 70주년 국제학술대회에 발표된 ‘선별등재제도 도입 후 신약의 급여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월~2016년 6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평가한 295개 약 중 희귀의약품의 건보 등재기간이 일반 약에 비해 10개월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월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의-건보공단 약값 협상’을 거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하는 데까지 2년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데 희귀질환자의 특수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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