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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여성 할례 위험 피해 한국 온 10대 라이베리아인 난민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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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송환 땐 박해 예상 충분”

출입국관리소 ‘거부’ 3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여성 할례(성기 절제)’를 받을 위험이 있다면 난민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국적의 ㄱ양(15)이 서울출입국관리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난민촌에 살던 ㄱ양 어머니는 가족들이 할례를 강요하자 할례를 당하기 직전 ㄱ양과 함께 도망쳐 2012년 한국에 들어왔다. ㄱ양 어머니는 본국으로 돌아가면 자신은 물론 ㄱ양도 강제로 할례를 받을 것이라면서 난민 신청을 했지만 서울출입국관리소는 2014년 이를 거부했다.

1심과 항소심은 서울출입국관리소 결정대로 난민으로 받아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난민 신청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원인으로 하는 박해가 있어야 받아줄 수 있는데 ㄱ양의 경우는 그러한 박해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라이베리아 정부가 할례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라이베리아 안에서 할례가 없는 지역으로 이사갈 수 있어 난민 신청을 받아줄 정도의 박해 공포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난민 신청인이 국적국으로 송환될 경우 여성 할례를 당할 위험이 있다면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며 하급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했다.

대법원은 “박해란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해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를 의미한다”며 “여성 할례는 여성의 신체에 대해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는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박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여성 할례의 현황, 할례를 피해 ㄱ양과 어머니가 도망친 경위, 라이베리아 정부가 할례를 없애기 위해 ‘실효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되는지 등 가족적·지역적·사회적 상황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에 대해 합리적으로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여성 할례는 순결을 위해 성생활을 통제해야 된다는 등의 목적으로 여성의 성기를 잘라내는 악습이다. 유엔은 2012년 여성 할례를 금지키로 결의하고 매년 2월6일을 여성 할례 금지의 날로 지정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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