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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빛좋은 개살구… 여객기 일등석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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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들 잇따라 없애거나 줄여

일등석 좌석당 면적 3.25㎡에 비즈니스석 3개 놓을 수 있어

수익성도 이코노미석보다 낮아

매출보다 고급 이미지 관리 위해 일등석 더 호화롭게 꾸미기도

호주 콴타스항공은 2018년 3월부터 호주의 퍼스와 영국 런던을 오가는 직항 노선을 운영한다. 두 도시 간 거리는 1만4498㎞로, 편도 17시간짜리 세계 최장 직항 노선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최신예 항공기인 보잉 B787-9 1호기도 지난 10월 인도받았다. 그러나 이 노선을 날아다닐 이 비행기엔 일등석(퍼스트 클래스)이 없다. 콴타스항공은 B787-9를 비즈니스와 프리미엄 이코노미, 이코노미로만 채웠다.

미국 델타항공도 지난 10월 전 세계 언론을 상대로 최신예 항공기인 에어버스 A350-900의 기내를 공개했는데, 일등석이 없다. 델타는 대신 비즈니스 클래스를 완전히 독립된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비행기 일등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일부 중동 항공사가 일등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을 뿐 대다수 항공사는 일등석을 없애거나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일등석 없애거나 줄이는 항공사들

싱가포르항공은 지난달 A380 5대를 추가로 들여왔다. 기존에 도입한 A380보다 일등석은 절반이고, 비즈니스석은 30% 많다. B777-300ER 기종에선 일등석을 최소 수준인 4자리만 유지하고 A380을 제외한 다른 기종에선 아예 없애기로 했다. 독일 루프트한자도 A380, B747-8이 아닌 기종에선 일등석을 없애고 있다.

에어캐나다·버진애틀랜틱 등 북미 지역 항공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일등석을 없앴다. 여행 전문 매체 스키프트는 올해 초 ‘북미 지역에선 아메리칸항공의 런던, 홍콩 노선 정도만 일등석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전일본공수도 최소 수준으로만 일등석 좌석을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5년 8월 김수천 사장이 “대형 항공기인 A380을 제외한 모든 비행기에서 일등석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B777-200, B747-400 기종에 있던 일등석을 지금은 모두 없앴다.

◇비즈니스석과 차이 점점 줄어

항공사가 일등석을 줄이는 것은 비즈니스석이 수익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등석이 표값은 가장 비싸 수익률도 가장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좌석당 면적은 일등석 3.25㎡(에티아드항공 A380 기준), 비즈니스석 0.94㎡, 이코노미석 0.35㎡다. 일등석 하나 공간에 비즈니스석 3개를 놓을 수 있는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등석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일등석 승객 일부는 비즈니스에서 좌석 업그레이드를 한 사람들”이라며 “일등석을 가득 채울 수 있다면 모를까 상당수 항공사는 비즈니스석으로 수익을 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석이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일등석의 입지가 좁아진 측면도 있다. 예전엔 일등석의 전유물이었던 완전히 수평으로 펴지는 좌석은 이젠 대다수 항공사의 비즈니스석에도 있다. 대한항공도 지난 2009년 ‘프레스티지 슬리퍼’란 이름으로 이런 좌석을 비즈니스 클래스에 도입했다.

카타르항공은 올해 3월 ‘큐스위트’라는 새로운 비즈니스석을 선보였다. 비즈니스석이지만 좌석을 침대로 바꿀 수 있고, 좌석 2개를 이어붙이면 더블 침대가 된다. 항공업계에선 “현재의 비즈니스석은 20년 전의 일등석보다 낫다”는 말도 있다.

◇일등석 있는 항공사는 고급 브랜드 유지 목적 많아

반면 대한항공이나 캐세이패시픽은 매출보다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일등석을 유지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 등 중동 항공사는 일등석 서비스의 차별화를 위해 아예 기내에 샤워부스까지 만들어 놓고 있다. 에티아드항공은 앉는 자리와는 별도로 침실과 욕실을 갖춘 ‘레지던스’라는 좌석을 운영하고 있다. 일등석보다도 높은 좌석 등급을 만든 것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매출은 일등석이 없는 경우가 낫지만, 고급 브랜드 가치는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며 “주로 후발 업체인 중동 항공사는 초호화 일등석 서비스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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