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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낮엔 한식·밤엔 치킨… 여의도 식당가 눈물겨운 생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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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줄었는데 식당은 늘어

깔끔한 '맛집 편집숍'에만 긴 줄

서비스 반찬·할인 경쟁 치열

‘밤엔 치킨집, 낮엔 6000원 한식뷔페’ ‘저녁 예약 시 연태고량주 증정’ ‘고기 주문 테이블은 전골 서비스’

지난 15일 오전 11시 반쯤 영하의 추위 속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근처에서 중년의 알바생들이 나눠주던 식당 홍보 전단엔 이렇게 써있었다. 요즘 여의도 식당의 생존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교차로마다 알바생이 돌리는 식당 홍보 전단이 넘쳐난다. 증권사 직원 서모(34)씨는 “점심때 10분 정도 걸으면서 전단을 다 받으면 7~8장은 된다”며 “(전단을) 사진으로 찍어오면 7000원짜리 제육볶음을 그냥 준다는 식당, 10% 할인이나 수제 맥주 한 잔을 제공한다는 곳도 있다”고 했다.

여의도 식당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건 올 한 해 증시가 좋았던 것과는 달리 음식점 영업 환경은 더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작년 말~올해 초 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와 대신증권이 여의도를 떠나는 등 ‘수요’가 줄었는데, 새로운 음식점들은 늘었다.

특히 요즘 인기 있는 식당들을 한데 모은 푸드타운, 이른바 ‘맛집 편집숍’이 깔끔함과 세련됨을 무기로 여의도 외식 풍경을 바꿔놨다. 2012년 IFC몰, 2015년 말 ‘테라스 원’에 이어 올 들어 ‘식객촌’(1월)과 ‘디스트릭트y’(8월) 등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특히 금융투자협회 인근 SK증권 사옥 지하에 자리 잡은 디스트릭트y는 ‘핫 플레이스(뜨거운 곳)’로 불리며 점심 시간대 거의 모든 매장에 긴 줄이 늘어선다. 인근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요즘 젊은 사람은 아예 5000원짜리 구내식당 아니면 가격이 좀 비싸도 깔끔한 곳을 찾는 것 같다”고 했다.

일반 고깃집이나 치킨집 중에선 점심때만 6000원에 15가지 이상 반찬을 제공하는 ‘런치 뷔페’로 운영하는 곳들도 생겼다. 추가 비용 없이 라면도 끓여 먹을 수 있다. 시중은행 여의도 지점에서 일하는 김모(41)씨는 “과거 여의도 식당 하면 특색 없이 비슷비슷하면서 오래된 밥집이란 이미지가 강했다”면서 “음식점 주인들은 괴롭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트렌드”라고 했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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