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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정은 홀로서기 6년’, 북한 체제 얼마나 바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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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분위기 살폈던 김정일, 대놓고 핵무기 올인한 김정은

권력기관 수장 세대교체부터, 공포와 견제 정치는 여전히 진행중

칙칙하고 허리띠 졸라매자던 음악 대신 밝고 비트 빠른 음악정치

평양 곳곳 밝고 화려하게 공사하면서 업적 선전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은 ‘김정은 호(號)’의 출범을 의미한다.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13일 뒤 27세의 나이에 최고사령관을 시작으로, 지난해 5월 노동당 위원장에 오르며 김일성-김정일에 이은 3대(代) 세습의 권력승계를 마쳤다. 올해엔 ‘아버지(김정일) 사람들’을 물리는 세대교체를 끝내고, 지난 12일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는 등 자신의 권력체제 구축과 ‘업적 ’쌓기에 주력했다. 지난 6년 김정은의 북한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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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달 29일 평양 인근의 평성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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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핵 무력 완성 주장= 김정은은 집권 직후인 2012년 4월 헌법을 개정하면서 서문에 핵보유국을 명문화했다. 이후 지난 6년 동안 4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다. 또 스커드 미사일 이상급의 미사일 발사만 41차례 실시했다. 김정일 때 핵실험 두 차례, 세 차례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비하면 대놓고 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붕괴로 고립됐던 김정일은 핵 개발을 몰래 진행하면서도 대화와 경제지원을 받기 위해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정책을 펴 왔다”며 “김정은은주변 말은 아랑곳하지 않는 마이웨이식으로 핵과 미사일에 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만큼 새해엔 미국이나 한국과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선언이 대화로 환경이 변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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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집권 5년, 김정일 운구 7인방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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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공포정치로 권력 강화= 김정일 장례식 당시 김정은과 함께 운구차 옆을 걸었던 인물들은 ‘운구차 7인방’으로 불렸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김기남 당비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이영호 당시 총참모장 뒤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 보위 성) 제1부부장(이상 당시 직책)이다.

하지만 우동측ㆍ이영호는 1년도 버티지 못하고 각각 해임되거나 처형됐다. 군 실세였던 김영춘은 당으로 옮긴 뒤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고모부이자 북한의 공안 권력을 담당했던 장성택은 처형의 칼날을 맞았다. 자신의 후원자 역할을 했던 장성택과 군 수장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은 혈연과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예외가 없다는 본보기 식 공포정치의 사례로 꼽힌다. 김정각은 교육기관(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장으로 현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권력에서 멀어진 상태다. 지난 10월 7일 7기 2차 전원회의에서 김일성 때부터 최고지도자 옆을 지켜왔던 김기남ㆍ최태복이 은퇴하면서 ‘운구차 7인방’의 시대는 끝났다. 최용해 당 부위원장,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원홍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이 이들을 대신해 왔지만, 최 부위원장을 제외하곤 ‘신변이상’설이 돈다. 충성경쟁과 공포정치는 여전히 진행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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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2013년 12월 12일 재판을 받고 처형됐다. [사진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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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음악 정치도 변화= 김일성과 김정일은 음악을 통해 주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위 음악 정치를 해 왔다. 김정은 역시 음악 정치를 펴고 있지만, 형식과 내용 면에선 파격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선 은하수관현악단이나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등 예술단을 창단토록 하고 미사일 발사 성공 등 각종 행사마다 등장시켰다. 모란봉악단은 창단 공연 당시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장하거나, 전자 드럼ㆍ전자바이올린 등 전자악기를 활용한 빠르고 비트 있는 음악공연을 선보였다. 이들은 러시아 등의 해외 공연뿐만 아니라 벤트 전용 차량을 타고 전국 지방 순회공연도 진행 중이다.

공연 내용도 위기극복에서 희망의 메시지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단연구교수는 “김일성이나 김정일 때는 장중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단결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김정은은 희망과 신세대 지도자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파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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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2년 7월 처음 미키마우스가 나오는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본 뒤 &#34;다른 나라의 좋은 건 대담하게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34;고 말했다. 모란봉 악단은 이후 각종 행사뿐만 아니라 지방순회공연을 통해 &#39;김정은 시대&#39;의 트랜드를 보여주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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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도시 분위기 바꿔= 최근 평양을 다녀온 인사들은 과거 우중충하고 회색 콘크리트 일색이었던 평양의 외형이 화려하게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시대 들어 과학자 거리나 여명 거리 등 수천 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대형 수족관이나 물놀이장 주민 편의시설들이 들어섰고, 외벽을 유리나 밝은색 톤으로 장식해 칙칙한 분위기를 바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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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안공항에서 평양시내로 향하는 외곽지역에 북한이 조성한 여명거리. [사진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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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국제공항인 &#39;순안공항&#39; 터미널 내부 모습. [사진=플리커(calflier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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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평양 방문의 관문으로, 과거 버스 터미널 수준이었던 순안공항의 ‘변신’이 눈에 띄었다는 전언이다. 정보 당국자는 “해외(스위스) 유학경험이 있는 김정은은 공항을 평양의 얼굴로 여기고 새로 건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건설책임자인 마원춘 국방위 설계 국장이 일주일에 십여 차례에 불과한 국제노선을 고려해 검소하고, 소박하게 건설하자 명령 불이행죄로 그를 혁명화시킨 뒤 다 부수고 새로 짓도록 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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