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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오~바모스 닛폰” 무색케 한 신태용호 ‘산책 세리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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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 축구 일본에 4-1 대승 ‘도쿄 대첩’재구성〕

김신욱 헤딩골에 이어 정우영 역전 무회전 프리킥골

김신욱 다시 발로 골, 염기훈은 왼발프리킥 성공

1997년 이민성 결승골 ‘도쿄 대첩’ 이후 쾌거

넋잃은 일본응원단 앞서 박지성 세리머니 재현

신태용 감독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 쳐주고 싶다”

일본 감독 “우린 득점 후 움직임이 멈춰버렸다”



한겨레

한국의 미드필더 정우영이 16일 저녁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 일본과의 최종 3차전에서 전반 23분 그림같은 무회전 프리킥을 성공시킨 뒤 산책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7년 전 박지성이 사이타마에서 일본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은 뒤 펼친 세리머니를 재현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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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모스 닛폰(Vamos Nippon: ‘자, 가자~일본’의 뜻), 바모스 닛폰~ 바모스 닛폰~ 바모스 닛폰~.”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3만5000여명의 일본 응원단이 연신 이 구호를 노래처럼 부르며 경기의 흥을 돋웠다. 반대편에 있던 ‘붉은 악마’ 응원단 1천여명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맞붙을 놨다. 2015년 8월5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이후(1-1 무승부) 2년4개월여 만에 다시 성사된 한국과 일본 축구의 A매치 맞대결은 이처럼 그라운드 안팎에서 뜨거웠고,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를 연출했다.

승자는 그동안 축구팬들로부터 좋지 않은 경기력 때문에 거센 비판을 받던 신태용호였다. 4-1 완승. 2010년 5월24일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남아공월드컵 본선 출전에 앞서 사이타마에서 열린 일본대표팀과의 원정평가전에서 박지성·박주영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둔 이후 7년7개월여 만에 거둔 일본전 승리였다. 무려 2764일 만이다. 16일 저녁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옛 동아시안컵) 남자부 풀리그 한국과 일본의 최종 3차전 승부는 이렇게 짜릿했다.

중앙수비수 장현수(FC도쿄)의 반칙으로 전반 3분 만에 먼저 골을 내줄 때만 해도, 한국대표팀에 불길한 패배가 예상됐다. 그러나 오른쪽 이재성(전북 현대), 왼쪽 김민우(수원 삼성) 등 4-4-2 포메이션에서 미드필드 좌우 진용이 폭발적인 질주로 일본 진용을 유리하면서 한국이 완전 경기를 압도했다. 그리고 1m96 폭격기 김신욱(전북 현대)이 전반 13분 김진수(전북 현대)의 왼쪽 긴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1-1 동점골을 만든 데 이어, 전반 23분 정우영(충칭 리판)이 마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무회전킥을 연상시키게 하는 오른발 중거리 프리킥으로 2-1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승기를 잡았다. 정우영은 득점 뒤 일본 골대 뒷편에 있는 일본 응원단 쪽으로 가서는, 2010년 사이타마 승리 때 박지성이 펼치던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 이어 다시 전반 35분 김신욱이 이재성의 절묘한 패스를 받아 골지역 왼쪽에서 이번엔 왼발로 골문을 갈랐다. 후반 24분엔 2분 전 교체 투입된 ‘왼발의 달인’ 염기훈(수원 삼성)이 왼발 프리킥을 꽂아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도 동료들과 함께 다시 산책 세리머니를 하며 일본의 응원단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번 승리는 20년 전인 지난 1997년 9월28일 1998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때 차범근 감독의 한국이 일본을 맞아 서정원의 골에 이어 이민성의 왼발 중거리슛으로 2-1로 역전승을 거두고 ‘도쿄대첩’을 이룬 이후 가장 멋진 승리였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축구는 2010년 10월12일 친선경기(서울)에서 0-0으로 비긴 것을 시작으로 7년2개월여 동안 3무(승부차기 패 포함)2패로 일본에 한번도 이기지 못한 바 있다. 특히 2011년 8월10일 친선경기에서 0-3으로 완패를 당한 ‘삿포로 참사’도 있었다. 한국은 이번 승리로 A매치 역대전적에서 일본에 41승23무14패를 기록했다.

중국과의 1차전에서 2-2로 비긴 데 이어 북한과의 2차전에서 1-0로 승리한 한국은 2승1무로 동아시안컵 출전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뒤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이른 시간 실점한 뒤 전열을 재정비해 역전승을 거둔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의 보스니아 출신 바히드 할리호지치(65) 감독은 “한국이 힘, 기술, 순발력, 게임운영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우위였다. 매우 높은 수준의 경기를 보여줬다. 파워풀하고 굉장히 의욕적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은 뒤 “우리 선수들은 1골을 먼저 넣은 뒤 움직임이 멈춰버렸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정우영이 골에 대해서도 “정말 대단했다. 월드컵 수준이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도쿄/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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