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평창人] 성화와 함께 달리는 유성수-이지현 '부부 경찰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남편, 성화 봉송 2천18㎞ 안전 책임…'유도 2단' 아내는 보안 주자

"대한민국 경찰의 얼굴이라는 책임감으로 안전한 올림픽 도울 것"

연합뉴스

안전한 성화 봉송 책임지는 유성수 경감
[유성수 경감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영광스럽죠. 한 나라에서 올림픽이 자주 열리는 게 아니잖아요. 요즘도 아내와 통화하면서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뛰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합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환하게 비출 성화는 11월 1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성화는 101일간 7천500명의 주자와 전국 방방곡곡 2천18㎞를 누빈 후 내년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회식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17일 현재는 충남 천안을 통과하고 있다.

물론 주자만 덩그러니 혼자 성화를 들고 뛰는 게 아니다.

성화 봉송단은 350명에 이른다. 이 중에는 부부인 유성수(40) 속초경찰서 생활안전과 경감, 이지현(36) 강원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경위도 있다.

남편 유 경감은 봉송단 전체의 안전을 책임진다. 성화와 함께 전국을 돌며 각 시·도 경찰청과 협의해 일관된 안전 경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내 이 경위는 '보안 주자'다. 주자 바로 옆에서 뛰면서 혹시 모를 주자나 성화를 향한 위해를 방지한다.

남편은 10월 말 그리스 아테네까지 가서 성화 인수 작업에 참여한 뒤 귀국, 11월 1일 인천대교를 시작으로 제주 등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춘천에 있는 집에는 한 번도 못 간 채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는 내년 1월 31일부터 2월 9일까지 강원도 일대에서 뛸 예정이다.

연합뉴스

유성수 경감-이지현 경위 부부와 아이들
[유성수 경감 제공]



유 경감은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집에 너무 못 갔더니 생활이 거지 같네요"라며 크게 웃고는 "초등학생인 아들 둘이 너무 보고 싶어요. 한 달 넘게 영상 통화만 줄기차게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아빠'에서 '경찰'로 돌아왔다.

유 경감은 "영광스럽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게 1988년 이후 정확히 30년 만이다. 2018년 이후 한국이 올림픽을 다시 개최할 땐 우리 부부가 퇴직한 이후가 아니겠냐"고 안전한 성화 봉송을 책임지는 경찰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부부는 모두 강원도(남편 횡성·아내 강릉) 출신이라 평창올림픽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둘이 함께 근무하다가 평생의 인연을 맺은 곳도 평창경찰서였다.

유 경감도 그렇지만 이 경위는 특히 운동신경이 뛰어나다고 한다.

유도 2단인 이 경위는 100m 달리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악력으로 이뤄진 경찰 체력 시험에서 3년 연속 1등급을 받았다.

그는 '보안 주자'에 자원 응모했고, 무난히 합격했다. 이후 유 경감은 경찰청이 낸 '올림픽 조직위원회 성화 봉송팀 파견' 공고를 보고 응모해 역시 합격했다.

1월 31일부터 2월 9일까지 벌어질 풍경은 이렇다.

아내는 성화를 든 주자를 엄호하며 바로 주변에서 같이 걷거나 뛴다.

남편은 그 뒤에서 함께 걷거나 뛰며 상황을 체크하거나 승용차에 탄 채 무전 등으로 안전에 필요한 각종 조처를 한다.

유 경감은 "아내와 함께할 그런 장면을 상상하면 좀 웃기다"고 했다.

올림픽이 국가를 넘어 세계적인 행사이다 보니 유 경감은 매 순간 긴장하고 있다. 업무상 애로 사항도 적지 않다.

유 경감은 "전국을 돌다 보니 행정 구역(시·도)이 바뀔 때마다 경찰 보안 주자와 교통, 경비 담당자가 달라진다"며 "이분들을 매번 새롭게 교육해야 하는데, 익숙해질 만하면 (행정 구역이 바뀌어) 떠나는 점이 나로서는 아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눈발 속에서도 '철통' 안전
[유성수 경감 제공]



혹시 모를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국가정보원과 긴밀히 연락하는 것도 유 경감의 업무다.

아직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적은 없지만, 돌아보면 가슴 철렁한 순간은 많았다. 대부분 술 취한 사람이 문제다.

술에 취해 무작정 성화봉을 빼앗으려고 달려들어 아내 이 경위 같은 '보안 주자'가 급히 제지한 적도 있다.

오토바이가 갑자기 주자 쪽으로 달려와 위험천만했던 순간도 있었고, 취객이 특별한 이유 없이 음료수 캔을 주자 쪽으로 던진 경우도 있었다.

유 경감은 "나도 어느덧 40여 일 연속 이 업무를 하다 보니 딱 보면 누가 술에 취했고 누가 이상한 행동을 할 만한지 감이 오더라"며 "지금까지 50여 건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했지만 다 잘 막아냈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가 대한민국 경찰의 얼굴이라는 책임감을 느끼면서 업무에 임하고 있다"며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안전하게 개최될 수 있도록 도와 대한민국 치안 역량을 전 세계에 떨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주변 살피는 유성수 경감
[유성수 경감 제공]



ksw08@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