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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비위 덜 상하고 냄새 안나"…화장실 휴지통 없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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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공중화장실 휴지통 전면 철거…서울지하철, 2015년부터 시행 "만족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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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한 역사내 여자화장실. 이곳은 지난 9월1일 화장실내 휴지통을 철거했다. 대신 세면대 옆에 일반 휴지통을 비치하고 여성 화장실엔 위생용품 수거함을 설치했다. /사진=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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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공중화장실 내 휴지통이 전면 사라지는 가운데 변기가 막히고 화장실이 더러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미 2015년부터 역사내 화장실서 휴지통을 치워 운영해온 서울지하철의 경우 긍정적 반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행정안전부는 개정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화장실 변기 옆 휴지통을 없애고 여성화장실에는 생리대 등 여성용품을 버릴 수 있는 위생용품 수거함을 비치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시민들 사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직장인 윤모씨(26)는 "해외 나가보면 화장실에 휴지통이 없는 곳이 많았고, 쾌적해 보이긴 했지만 한국서는 의도대로 잘 유지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물티슈를 자주 쓰는데 버릴 곳이 애매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프리랜서 신모씨(27)는 "우리나라는 수압이 약해 변기에 넣은 휴지가 막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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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역사내 화장실 홍보물. /사진=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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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5년부터 역사내 화장실 휴지통을 철거해온 서울교통공사 측은 제도 시행 후 시민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서울 지하철은 2015년 1월부터 지하철 5~8호선의 휴지통을 단계적으로 없애왔다. 1~4호선 역시 남자화장실은 지난 8월1일, 여자화장실은 9월1일부터 휴지통을 철거해왔다.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에서 화장실을 사용한 시민 유모씨(여·28)는 "비위가 약한 편인데, 휴지통에 배변이 묻은 휴지가 고스란히 보여 비위가 상해 가급적 화장실을 들리지 않고 집이나 회사에 도착해 볼일을 봤었다"면서 "휴지통이 사라진 뒤 만족하며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1호선 회기역 화장실을 이용한 직장인 A씨(남·26)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예전엔 악취가 났었는데 그게 좀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측은 화장실에 휴지통을 비치하지 않는 게 경제적 측면에서도 좋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화장실 내 휴지를 모아 다시 버려야하는 일이 사라지기 때문에 1~4호선 역사내 화장실만 따져봐도 연간 4000만원을 절약할 수 있는 걸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다만 휴지통 없는 화장실에 익숙하지 않은 시행 초기, 몇 달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5~8호선에서 먼저 휴지통을 없애보니, 6개월 정도면 시민들이 휴지통 없는 문화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며 "시행 초기에는 변기에 다른 쓰레기를 많이 버려 변기가 막히고, 바닥에 휴지를 버리는 일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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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의 한 역에서 화장실 청소를 맡고 있는 청소노동자가 기자에게 보여준 사진. 휴지가 바닥에 마구 널브러져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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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의 한 역에서 화장실 청소를 맡고 있는 B씨는 "휴지통이 없어 바닥에 스타킹을 벗어놓고 가고, 땅에 휴지도 마구 던져놔 일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해당 역은 지난 9월 역사 화장실서 휴지통을 없앴다. 그는 "지금은 시행한지 얼마 안됐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고 점차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변기에 휴지를 넣으면 막힌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박혀 있는 이들이 시행초기 잘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도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면 금세 적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도 드디어 선진적인 화장실 문화를 가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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