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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TF비하인드] 文대통령, '방중' 동안 가장 많이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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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왼쪽) 대통령은 방중 기간 사드 갈등으로 경색된 한중 관계를 '역지사지' 해법으로 풀었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모습./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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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베이징=오경희 기자] '역지사지(易地思之).'

국빈 방중한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일정에서 여러 차례 말한 사자성어다. 중국 철학자인 맹자가 쓴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비롯된 말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사드 문제에 대해 한중 간 '서로 다른 입장'을 역지사지하면서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방중을 관통한 메시지였다.

양국은 지난 10·31 협의로 사드를 봉인키로 했지만, 중국 측은 '3불(한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을 요구하며 압박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방중의 최대 관건도 사드 보복 철회, 즉 '완전 봉인'을 할 수 있느냐였다.

◆ 사드 '역지사지'…경제협력 '동주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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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14일 밤 한중 문화교류의 밤 행사에 참석한 모습./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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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사드' 갈등이나 북한 핵문제 갈등 등 안보 문제를 '역지사지'로 풀었다. 방중 전인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중국 국영방송인 <CCTV>와 인터뷰에서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을 두면서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본 무대인 14일 한중 정상회담에선 시 주석에게 "한중 양국이 최근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역지사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15일 베이징대 연설에서도 "한중이 역지사지하며 발전하길 바란다"고 했다.

사드로 경색된 한중 경제협력 문제는 '동주공제(同舟共濟)'를 말했다. 같은 배를 타고 함께 물을 건넌다는 뜻이다. 지난 13일 방중 첫날 한중 재계 인사가 대거 참석한 '한중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문 대통령은 "동주공제의 마음으로 협력한다면 반드시 양국이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여러분의 성공이 곧 양 국가의 발전이다. 한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더욱 힘써 주십시오. 저와 한국정부도 힘껏 돕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와 중국도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며 공동 번영하자는 취지로 이 표현을 쓴 것으로 풀이됐다.

◆ 난징대학살·삼국지·윤봉길…맞춤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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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북경 전통의 거리 유리창 '연고제'를 방문한 모습./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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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또 '정서적 공감대' 형성에도 공을 들였다. 가는 곳마다 '역사'를 키워드로 중국에 다가갔다. 중국의 역사를 알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과 정서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 주석과 정상회담(14일)에서 '열자(列子)'의 설부편의 한 구절인 '관왕지래(觀往知來)'를 말했다. 지나간 것을 살펴봄으로써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즉, 한중 양국이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는 취지다.

방중 첫날, 문 대통령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에 위로의 뜻을 전했다. '백미'는 15일 베이징대 연설이었다. 학생 300여명 앞에서 문 대통령은 200자 원고지 68매 분량의 연설문을 읽으며, 한중 양국의 역사, 문화, 인물을 하나하나 끄집어냈다. 윤봉길 의사,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한국의 음악가 정율성, '신흥무관학교' 출신 조선청년 김산 등을 언급하며 항일투쟁의 동지애를 강조했다.

"18세기 조선의 실학자 박제가는 베이징을 다녀온 후 '북학의'란 책을 썼고, 같은 시대 홍대용이란 학자는 중국학자들과 천애지기(天涯知己)'를 맺었다""많은 소년들이 '삼국지연의'를 읽고, 청년들은 루쉰의 '광인일기'와 '아큐정전'을 읽는다""'논어'와 '맹자'는 여전히 삶의 지표가 되고 있다. 이백과 두보와 도연명의 시를 좋아한다"….

◆ 文대통령의 노력, 시진핑에 '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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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베이징대학을 방문한 모습./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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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저도 '삼국지연의'를 좋아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내용은 유비가 백성들을 이끌고 신야(新野)에서 강릉(江陵)으로 피난을 가는 장면이다. 적에게 쫓기는 급박한 상황에서 하루 10리 밖에 전진하지 못하면서도 백성들에게 의리를 지키는 유비의 모습은 '사람이 먼저'라는 저의 정치철학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노력에 한중은 마음이 '통(通)'했을까. 15일 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한중 경제·무역 부처간 소통 채널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한중 관계 복원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중국 측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철회 가능성을 높인 분위기다. 시 주석도 전날(14일) 회담에서 한중 관계에 대해 "새로운 관계의 모멘텀이 마련됐다"고 언급해 한중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16일 밤 3박4일 간의 중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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