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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빌딩 오르던 중국 SNS 스타 추락사,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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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루프타핑(rooftopping)’ 스폰서가 부추겼다

한국일보

우융닝의 웨이보에 공개돼 있는 상하이 '루프타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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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층건물을 로프 등 안전장비 없이 맨손으로 오르는 이른바 ‘루프타핑(rooftopping)’ 활동을 하며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해 온 인터넷 스타 우융닝(吳咏寧ㆍ26)이 스턴트 도중 추락사했다는 소식이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난 8일 중국 언론에 공개됐다. 이번 주 들어서는 그가 추락하는 순간을 찍은 영상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세계 언론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자신의 웨이보 계정 앞에 붙인 극한(极限)이라는 별칭으로도 잘 알려진 우융닝은 지난 11월 8일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 있는 62층짜리 빌딩 화위안화(華遠ㆍ華)센터에서 추락해 숨졌다. 인터넷에 공개된 영상에는 우융닝이 건물 끝에 두 팔로 매달려 있다가 올라가는 데 실패한 후, 힘이 다해 떨어지는 모습이 찍혀 있다.

위험한 루프타핑, SNS서 인기몰이

중국 관영 영자언론 차이나데일리는 12일 사설에서 인터넷 생방송의 유행이 우융닝의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가 생중계 앱에서 유명하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라며 “몇몇 인터넷방송 진행자들은 외설적이거나 위험한 행동을 해서 관심과 수익을 얻으려 한다.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험한 루프타핑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인터뷰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루프타퍼 대니얼 청(55)은 “몇몇 루프타퍼는 도시 풍경을 찍기 위해 꼭대기로 오르지만 일부는 금지된 구역까지 올라가는 스릴을 즐긴다”라고 말했다. 청은 주로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비공식 루프타퍼 공동체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위험한 행동을 하는 영상을 올려 네티즌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광고 계약까지 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사진작가 닐 타 역시 루프타핑 문화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유행하면서 급속히 변질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2009년 미학적인 관심 때문에 루프타핑을 시작했다가 2014년 “이 영역에 더 이상 예술적 의미는 없다”며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타는 “최근 수년간 루프타퍼의 의미가 변질됐고 각 마천루들은 옥상 경비를 늘리기 시작했다”라고 주장했다.

광고 스폰서들, 부추기고 나몰라라

그러나 미국 CNN방송은 이것이 단순히 루프타핑 문화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몇몇 스폰서 기업들이 영상을 만드는 루프타퍼에게 돈을 주고 더욱 위험한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SNS 스타를 지원하고 영상에 스폰서 자격으로 광고를 붙이는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을 시도하는 셈인데, 루프타퍼가 더 자극적으로 행동하면 할수록 영상 조회수가 늘어나기에 강도는 점점 더 심해지는 추세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한 루프타퍼는 CNN에 “기업들은 루프타퍼와 계약을 체결하면 비행기표와 체류비를 제공하는 대신 미친 짓을 하라고 권유한다. 그래 놓고는 사고가 벌어지면 나 몰라라 한다”고 말했다.

우융닝 역시 이런 스폰서의 피해자였다. 창사 지역일간지 샤오샹천바오(瀟湘晨報)의 12월 9일자 보도에 따르면 우융닝은 “찍어 올린 영상이 인기를 끌면 10만위안(약 1,64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러한 스턴트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융닝의 집안 형편은 그다지 좋지 못했고, 우융닝은 건강이 좋지 않은 모친의 수술비와 결혼 자금 등을 모으기 위해 스폰서의 요구에 적극 응했다.

우융닝의 가족들은 우융닝이 단역 연기자 활동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가 뒤늦게야 SNS에서 영상을 접하고 그만두라고 설득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험한 루프타핑 문화를 비판한 사진작가 닐 타 역시 NYT와의 인터뷰에서 우융닝만큼은 비난할 수 없다며 “가족을 위해 돈벌이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동정한다”고 탄식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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