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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北美 안보리서 '정면충돌'…멀어지는 대화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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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 '조건없는 대화'서 후퇴…北 '핵보유국 지위인정' 압박

연합뉴스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발언하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미국과 북한이 1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상반된 입장으로 정면 충돌하면서 기대감이 제기됐던 북미대화 조기성사 가능성이 한층 옅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의에서 '조건 없는 대화' 발언으로 북미대화를 향한 기대감을 촉발했던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했고, 북한 역시 핵보유국이라는 주장으로 맞받아치면서 대치 국면이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틸러슨 장관은 '비확산 및 북한'을 주제로 열린 이번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북한과의 대화가 이뤄지기 전에 위협적 행동의 지속적 중단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던 사흘 전 발언에서 후퇴한 것으로, 사실상 북한의 도발 중단을 대화의 조건으로 내세운 발언이란 해석이 나온다.

틸러슨 장관의 '조건 없는 대화' 발언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지며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백악관이 즉각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향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그의 발언은 의미가 퇴색한 상태였다. 그가 안보리 회의에서 도발 중단을 거론한 것도 백악관의 이런 입장과 보조를 맞추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16일 "안보리 회의를 보더라도 틸러슨 장관의 '조건 없는 대화' 발언이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밀한 조율을 거쳐 나온 게 아닌 것임을 알 수 있다"면서 "조건 없는 대화 발언은 일종의 해프닝이 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안보리 장관급 회의 참석한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 대사



북한도 안보리 장관급 회의장에서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맞받아치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북한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고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라며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압박 속에 비핵화를 의제로 한 대화에는 관심이 없음을 드러내면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한 발언으로 보인다.

특히 자 대사는 "북한은 핵무기와 (관련) 기술의 불법적인 이전을 막을 절대적으로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북한 '핵무기 통제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발언이지만, 비핵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는 나오지 않겠다는 속내를 내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의 이런 입장 표명과 기싸움 등에 따라 조기에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미대화가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상 추가 도발을 자제하면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상태에서 대화가 가능할지 지켜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자기들을 겨냥한 안보리 회의에 북한이 참석을 자청한 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그 성과를 대외에 공인받으려는 수순"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계기에 반복된 주장을 통해 핵무력 완성을 기정사실로 하려 할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김현욱 교수도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대화를 하든 하겠다는 것이고 지금의 (대치)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은 추가 제재 등으로 압박할 것이고 북한도 그에 대응한 도발을 하면서 치킨게임이 최고조로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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