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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시장 경제에 넘겨진 美망중립성…당장은 눈치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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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정책을 뒤집는 최종안을 공개했다. 사진은 아짓 파이 FCC 위원장.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이 망중립성을 포기하면서 버라이즌, AT&T, 컴캐스트 등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ISP)들의 눈치 작전에 들어갔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통신망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겠다고 결정하면서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하지만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가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ISP가 당장 인터넷 환경에 큰 변화를 주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망중립성 폐기안 통과에 따라 ISP들이 소비자와 미 의회의 눈치를 보느라 즉각적인 인터넷 환경의 변화를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폐지안이 FCC의 최종 표결을 마치고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연방관보 개제 절차를 남겨두고 있으며 관보 개제 후에도 60일 이후에나 폐지안을 시행할 수 있다. 법안의 최종적인 시행시점까지 폐지안의 향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미 의회에서는 폐지된 망중립성 원칙을 의회에서 수립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며, 시민단체와 뉴욕 검찰총장 등은 FCC의 결정이 가짜 의견 수렴으로 만들어진 거짓 정책이라며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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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망중립성 폐지안이 본격 시행된다면 소비자들은 달라진 인터넷 환경 변화를 수용해야 할 전망이다.

공화당계 연구기관인 미국 기업 연구소의 로즐린 레이튼 방문 연구원은 미 방송 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결국 소비자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에 돈을 지불할지에 대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인터넷 서비스 비용이 낮아지는 것과 오늘날 ISP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보다 서비스 다양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해 NYT는 망중립성이 폐기된 이후에도 AT&T의 다이렉트 TV나 T-모바일의 유튜브, 넷플릭스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등 제로레이팅 서비스가 강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제기했다. ISP가 경쟁자로부터 가입자를 뺏어오기 위해 일부 앱에 한해 인터넷 사용료를 받지 않는 등의 행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NYT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현재의 경쟁시스템으로는 망중립성이 폐지됐을 때 인터넷 서비스 요금이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좀더 많은 경쟁자가 시장에 있어야 망중립성 폐지에도 요금 인하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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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FCC가 전날 표결해 통과시킨 '망중립성 폐기안'은 ISP가 이용자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를 차별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만든 '통신망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가 망에서 서비스하는 사업자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내용의 망중립성을 폐기한다는 것이다.

버라이즌 출신의 파이 위원장을 비롯한 3명의 공화당 소속 FCC 위원은 2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표결을 벌여 망중립성 폐기를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파이 위원장을 통해 자신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망중립성 폐지'를 성사시키게 됐다.

파이 위원장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은 ISP들이 망중립성 폐기를 통해 네트워크 증설 등 국민 통신 복지 증대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 혹은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달리 매길 수 있게 되면서 ISP의 수익 증대가 예상된다. 이는 ISP가 미국내 네트워크 낙후 지역에 대한 투자 및 5G망 등 신규 통신망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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