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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기준금리를 어찌할꼬…난감한 '저물가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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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어 유럽도…低물가 탓 통화정책 '골치'

한은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중앙은행 딜레마"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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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 1998년 도입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중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할 물가 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춰 금리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물가가 목표치에 미달하면 더 완화적인 정책을, 넘어서면 더 긴축적인 정책을 펴는 게 기본이다.

녹아든 정신은 이렇다. 물가가 안정돼야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주요국 정책당국자들은 1960~70년대만 해도 성장을 위해 어느정도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자체가 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고, 1990년대 들어 주요국 중앙은행이 이를 잇따라 도입했다.

그런데 최근 경기와 물가가 따로 노는 ‘이상현상’이 빈번해지면서 중앙은행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나아가 물가안정목표제가 과연 적절한 방식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까지 나온다.

◇이례적인 저물가

15일 한은과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14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4%로 제시했다.

당초 1.2%에서 높아진 것이기는 하다. 다만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1.8%→2.3%) 상승 폭에 비하면 미미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강한 경기 탄력성이 긍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소식은 다소 잠잠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 같은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ECB의 결론도 결국은 이런 저(低)물가 때문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ECB가 여전히 물가 목표치와 차이를 둔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현재의 완화적 정책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유로존뿐만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물가 둔화를 고민하는 건 마찬가지다. 연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1.9%)는 바꾸지 않았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물가 목표치에 도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물가 수수께끼’로 인해 성장과 물가간 관계를 설명하는 전통적인 이론들도 공격 받고 있다.

주요국 통화정책의 판단 근거인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이 대표적이다. 실업률이 오르면 물가가 하락하고 실업률이 내리면 물가가 상승한다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은 상충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을 보면 기준금리를 확 내려 경기가 살아났어도 물가는 예상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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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한국은행

한은도 난감하기는 매한가지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했지만, 추후 인상 경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 기저에 물가 둔화가 있다.

한은이 전망하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8%다. 올해 전망치(2.0%)보다 낮으며, 정책 목표치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경기 회복세가 무색한 수준이다.

7명의 금통위원들부터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물가 목표치를 하회하는 자체가 통화정책 정상화에 있어 큰 걸림돌만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위원이 있는가 하면,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최우선은 물가 흐름”이라고 말하는 위원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얼마 전 한은을 향해 “기준금리 인하 여지도 충분하다”며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편 것도 저물가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 역시 고민이 크다. 그는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저물가 흐름은) 한은뿐만 아니라 (전세계) 중앙은행의 딜레마”라고 토로했던 적이 있다.

이 총재는 “물가에 대한 중앙은행의 통제력이 낮아졌다”면서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유효성에 회의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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