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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아파트 돋보기]경비원이 경비실에서 졸면 안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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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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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우리나라 주택 중 75%는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처럼 여러 가구가 모여사는 공동주택 형태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공동주택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거나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꼭 알아둬야 할 상식은 물론 구조적인 문제점과 개선방안, 효율적인 관리방법 등을 살펴본다.

늦은 밤 퇴근길에 경비실을 지나가다 보면 경비원분들이 의자에 앉아 졸고 있거나 순찰시간도 아닌데 초소를 비우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입주민들이 적지 않죠.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근무시간 조정입니다. 최저임금은 매년 일정 비율 이상 꾸준히 오르는데 입주민들은 관리비가 오르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결국 경비원분들의 휴게시간을 늘려 인건비 상승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대응한 단지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경비원분들이 초소를 비우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을 예전보다 더 많이 목격할 수 있는거죠.

그런데 휴게시간에 ‘경비초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계신가요?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초소에서 쉬는 것은 이 조항을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경비초소가 아닌 별도로 마련된 휴게공간에서 경비원이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번 주에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 경비원 강모씨 등 5명이 아파트 측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승소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관련 기사 참고)

강씨 등은 “야간휴게시간에 경비실 내에서 불을 켜고 근무복을 착용한 상태에서 의자에 앉아 가면상태로 휴식하는 것은 휴식이라고 볼 수 없다”며 초과근무 수당을 달라는 소송을 냈는데요. 1·2심은 아파트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대기 또는 휴식·수면시간이라도 근로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고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 있다면 근로시간으로 봐야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적용해 경비원 주장을 받아들인 겁니다.

입주민들은 관리비 부담이 증가하는 걸 원하지 않지만 많은 서비스를 제공받고 싶어 합니다. 경비원들은 약속된 휴게시간에 휴식을 취하면서도 입주민 눈치를 봐야 합니다.

해결책이 있을까요? 먼저, 입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공동주택 입주민이 관리비를 어느 정도까지 부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범위 안에서 현재 임금조건에 맞는 인력을 어디에 얼마나 최적화해 배치할지, 또 근무시간을 어떻게 조정할지 등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입주민 모두가 감수해야 하는 서비스 범위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돼야 합니다.

‘휴게시간에도 서비스 차원에서 추가 근무할 수 있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는 입주민도 있겠죠. 하지만 강요된 서비스는 진정한 서비스가 아닙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부당한 업무 지시, 우월적 지위에 의한 강요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관리비 절감에서 시작된 문제입니다. 공동주택의 관리 목표를 ‘무조건적인 관리비 절감’에 둘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이는 차원에서 공동주택관리법상 규정된 ‘효율성 실현’에 맞추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아파트 돋보기]는 독자 여러분이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궁금한 점이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을 이메일(mjseong@edaily.co.kr)로 남겨주시면 도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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