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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할 수 있다”의 성숙…“그럴 수도 있다” 펜싱 박상영의 도전은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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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역전승으로 ‘국민 희망전도사’됐지만 그 후 슬럼프

8명 뽑는 국가대표도 탈락…부담에 몸과 마음 소극적으로 변해

“경기 즐기자” 결심 후 국제대회 자비 출전해 우승 ‘부활 날갯짓’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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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스타 박상영(22·한국체대)은 지난 1년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국내 대회 1회전에서도 탈락하는 극과 극의 시간을 보냈다. 바닥까지 떨어졌다 최근 다시 국제대회 정상에 오르며 부활의 서막을 열었다. 파란만장한 2017년을 보낸 그는 대학의 마지막 기말고사를 마치고 15일 경향신문과 만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곡절 많았던 지난 시간을 차분히 돌아봤다.

박상영은 “올해 바닥까지 내려가 봤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선수라면 한 번은 지나야 하는 과정과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느꼈던 경험과 배움이 컸기에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박상영은 2016 리우 올림픽을 통해 국민영웅이 됐다. 당시 결승전에서 박상영은 10-14로 패배 문턱에 몰렸으나 “할 수 있다”고 자기 최면을 걸어가며 마법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놀라운 집중력으로 기적의 금메달을 딴 그는 ‘국민 희망전도사’로 우뚝 섰다. 이어 11월 부에노스아이레스 월드컵에서도 정상에 올라 세계랭킹 1위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상대들의 견제 속에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부진이 이어졌다. 올해 나선 국내외 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는 결국 8명이 선발되는 펜싱 에페 국가대표에서 탈락했다. 박상영은 “올림픽 이후 주변에서 많은 사람이 지켜봐주고 칭찬해줬는데 그러면서 나를 잃어 버린 것 같다”고 돌아봤다. 주위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이 박상영의 몸과 마음을 가뒀다. 이로 인해 빠르고 역동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소극적으로 바뀐 게 문제였다. 그는 심리 상담을 받으며 문제점을 찾기 시작했다. 박상영은 “올림픽 때부터 상담해주던 오원석 박사님이 나는 ‘절박함을 가질 때보다 즐기고 편한 마음으로 나설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 유형’이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 내 자아와 내 색깔을 잃어 걱정하시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를 괴롭히지 말고 편하게 하자고 생각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져도 이상하지 않으니 상대를 인정해주자고 생각하니 오히려 더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에서 탈락한 그는 자비를 들여 국제대회에 나서며 다시 자신을 찾는 도전을 시작했다. 월드컵 대회마다 400만원 정도의 개인 경비가 소요되지만 그는 “이럴 때 나한테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자신을 찾기 위해 다시 나선 월드컵 대회에서 부활의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 10월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며 슬럼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았다. 이어 지난 11일 카타르 도하에서 끝난 그랑프리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박상영은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는 최면을 불어넣었다면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는 “절박함을 빼자고 주문을 걸었다”고 했다. 편안하게 펜싱을 즐기자는 초심을 찾으려는 주문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박상영은 “좋은 선수들과 접전을 벌이며 이제 슬럼프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아직은 70~80% 수준인데 어느 정도 감은 잡았다”고 말했다.

정점과 바닥을 두루 경험한 지난 시간은 인간 박상영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다. 국가대표에서 탈락한 그는 현재 상황이라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설 수 없다. 국제대회에서 계속 선전이 이어져 펜싱협회의 추천 등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그는 “아시안게임에 못 나간다고 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처럼 내가 가야 하는 길을 갈 것이다. 그 길에 아시안게임이 있다면 가는 것이고 아니면 열심히 대표팀을 응원하면 된다”고 했다.

박상영은 “난 스피드와 투지를 내세워 경기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 올림픽 이후 하려다 잘 안됐는데 전문 선생님들의 체계적인 도움을 받아 더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박상영은 자신의 발전을 위해 내년 1월에도 자비를 들여 월드컵 대회에 나간다. 좋아하는 펜싱을 더욱 즐기면서 기술적 성장까지 이루려 한다. “할 수 있다.” 박상영의 도전과 성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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