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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우병우 구속했지만… 前정권 수사 결국 해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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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軍사이버사 댓글 관련 MB 조사 시기·방식 못 정해

NLL 대화록 유출 등은 수사 초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의 세 번째 영장 청구 끝에 15일 구속됐다. 앞서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지난 2월과 4월 박영수 특검팀과 검찰이 그에 대해 청구했던 구속영장은 기각됐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7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구속)에게 자신의 비리 의혹을 감찰 중이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하고 그 결과를 비선(秘線)으로 보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적폐 청산 수사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의 이 같은 혐의를 찾아내 결국 구속하게 된 것이다.

우 전 수석 구속에는 이 전 특별감찰관을 사찰한 혐의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이 자신의 개인 비위 의혹을 내사하던 이 전 특별감찰관을 방해했다는 의혹은 이미 지난 두 번의 구속영장 청구 때도 등장한 혐의다. 당시 법원은 "혐의 성립 여부에 다툼이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이 전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하는 데 국정원을 동원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내 구속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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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검찰은 전날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우 전 수석이 사찰을 지시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 측과 계속해서 연락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그런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대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된 박근혜 정부 고위급 인사 중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로 있었던 인물이다. 작년 11월 소환 조사 때는 그가 검사 앞에서 팔짱 끼고 웃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검찰은 큰 비난을 받았다. 이후 검찰은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그를 집중 수사했다. 그가 구속되면서 검찰의 적폐 청산 수사도 일정 부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적폐 청산 수사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 막 외부 기관에서 수사 의뢰를 받았거나 아직 중요한 고비를 남긴 사건이 많기 때문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군 사이버사 정치 개입 사건' 등 주요 사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누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조사 시기와 방식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사이버사 정치 개입 사건의 경우 핵심 피의자인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된 데 이어 청와대와 국방부 사이에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의혹을 받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기 때문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아예 입을 닫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연내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NLL (서해북방한계선) 대화록 유출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한 국정원의 수사 방해 의혹, 청와대의 세월호 보고 시각 조작 의혹 등은 수사가 본격화되지 못한 상태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적폐 청산 수사의 중요 부분을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수사팀도 속도를 높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상당 부분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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