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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로에 선 망 중립성, 누가 웃고 누가 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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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관련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망 중립성이 기로에 섰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정책을 결국 폐기할 것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을 통한 부하 발생(트래픽)은 사용자든 기업이든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특정 사용자나 기업이 부하를 많이 발생시킨다 하여 통신사업자들이 특정 서비스용 회선의 인터넷 속도를 차별하거나 접속을 차단해버린다면 이는 망중립성 위반에 해당한다.

인터넷은 공공재인가?

통신사업자들은 망 중립성 정책이 달가울 리가 없다. 인터넷 트래픽은 점차 늘어나고 있고, 회선 유지 및 품질 향상을 위한 비용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기존의 통신 요금만으로는 원활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었다. 트래픽 유발 정도에 따라 차별화된 통신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칙에 부합하며, 이것이 결국 통신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동아일보

세계 인터넷 회선을 시각화한 이미지(출처=위키피디아)


하지만 망 중립성 정책을 지지하는 진영의 의견은 다르다. 망 중립성 정책의 폐기는 결국 콘텐츠 개발사 및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지며, 이는 콘텐츠 창작 및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인터넷을 사실상 공공재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최근 수년간은 망 중립성을 존중하는 움직임이 대세가 되는 듯 했다. 2013년 12월, 한국 미래창조과학부는 망 중립성에 관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며, 2015년 2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망 중립성을 법제화한 규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작년에 출범하면서 망 중립성 원칙은 위기를 맞이했고 결국 관련 정책의 폐기에 이르게 된다. 한국 및 다른 국가들 역시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어떻게든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인터넷 종량제 시대 개막?

망 중립성 원칙이 폐기되면 일차적으로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기업들, 특히 구글이나 아마존, 넷플릭스와 같이 대량의 인터넷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는 온라인 콘텐츠 관련 기업들이다. 인터넷 회선을 제공하는 통신 업체들은 이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회선의 속도를 제약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게 되며, 이를 매개로 추가적인 비용부담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일반 사용자들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는 인터넷의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달리 부과되는 인터넷 종량제의 도입이다. 현재 유선 인터넷 서비스는 사용량에 관계 없이 일정한 금액만 내는 정액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각 사용자마다 트래픽 유발 정도는 다르다. 이러한 불균형성을 보완하기 위해 인터넷 종량제가 도입되기를 통신 업체들은 바라고 있다. 다만, 일반 이용자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인터넷 종량제의 도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온라인 콘텐츠 업체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방안이 좀더 가능성이 높다.

망 중립성 원칙 무력화는 현재진행형?

이와 관련해 이미 몇 번의 이슈는 있었다. 2012년 2월 9일, KT는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가진 삼성전자의 스마트TV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며 스마트TV 접속용 인터넷 회선을 차단한 바 있다. 양사의 협의를 거쳐 5일만에 차단이 풀리긴 했지만, 망 중립성에 관한 갈등이 표면화한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망 중립성 원칙의 무력화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 최대의 포탈 서비스 업체인 네이버는 작년에 734억원의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지불했다고 지난 11월 공개한 바 있다. 그 외에 아프리카TV나 카카오 등도 적잖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 중립성과 관련, 익명을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IT동아와의 통화에서 "미국 정부에서 망 중립성 정책의 폐기를 발표했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한국 정부의 인터넷 관련 정책에 당장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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