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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롱패딩' 광풍, 평창 아닌 "이른 한파 덕분"…백화점 매출 40%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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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한파'에 외투 구매 서둘러… 1월 추위 땐 소비자 구매 미뤄

'따뜻한 겨울' 진 빠졌던 아웃도어, '롱패딩' 특수 반가워

뉴스1

© News1 방은영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추위가 빨리 와야 겨울 대비를 서둘러야겠다는 소비심리가 생겨나 외투를 하나 장만하지요. 해를 넘기면 아무리 추워도 '버티다 내년에 사야겠다'하고 말죠. 그래서 추위가 얼마나 빨리 오느냐가 얼마만큼 추우냐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지난해 10월 초 이른 추위가 오자 아웃도어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 평년보다 첫얼음이 빨리 관측되면서 기대감을 높였지만 반짝 추위에 그쳐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본격 추위가 소한(1월 6일) 이후 시작됐지만 특수로 이어지지는 못해서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한마디로 표정 관리가 안될 정도다. 그는 "올해엔 이른 추위가 이어지면서 각 브랜드가 롱패딩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며 "여기에 롱패딩 열풍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특수를 맞았다"고 말했다.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롱패딩 광풍'의 원인으로 '평창 롱패딩'을 이유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아웃도어업계 전문가들은 '이른 한파'가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롱패딩 광풍 근본 배경엔 '이른 한파'…'가성비'로 전국민 트렌드화

15일 아웃도어·패션 업계에 따르면 롱패딩 열풍 요인은 '평창 롱패딩'보단 '이른 한파'를 꼽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1일부터 살을 에는 찬바람이 연일 불자 주말 백화점에는 두터운 아우터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아웃도어 기업들뿐 아니라 패션 기업과 SPA브랜드도 '롱패딩'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나서면서 올 겨울 롱패딩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유행에 민감한 10대 중·고등학생들이 몇 년 전부터 롱패딩을 교복 위에 걸치기 시작했고 지난해 크게 확산되자 기업들은 롱패딩을 올 겨울 주력아이템으로 삼았다.

업계에선 롱패딩 열풍은 '평창 롱패딩' 덕분도 있지만 그보단 '이른 한파'를 꼽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른 추위가 왔을 때 실제 매출로 이어진다"며 "해를 넘기면 아무리 추워도 가격 부담 등으로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이 발표한 '2017년 11월 기상특성'에 따르면 11월 전국 평균기온은 6.8도로 평년(7.6도)보다 0.8도 낮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018 동계올림픽 공식 라이선스상품 평창 롱패딩이 '가성비 갑(甲)'으로 입소문 타면서 전 국민적인 롱패딩 열풍으로 확산했다. 지난달 22일 1000장의 롱패딩 물량이 풀린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에는 새벽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12월 들어 첫 주(1일~10일) 전국 평균기온은 1.1도로 평년(3.0도)보다 1.9도 더 낮았다. 12일 서울 아침 최저기온의 경우 영하 12.2도로 추위가 절정에 이르렀다.

2014년부터 연속으로 따뜻한 겨울을 맞아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아웃도어·패션업계와 백화점들은 모처럼의 겨울 특수를 맞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실제로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빅3'의 지난 한 달 간(11월11일~12월12일)아웃도어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40% 정도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아웃도어·스포츠웨어 매출은 동일기간 각각 41.2%와 38.2%, 현대백화점은 37.5%와 29.1% 증가했다.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롯데백화점에서도 아웃도어·스포츠웨어 매출은 각각 31.8%와 29.8% 늘었다.

아웃도어·스포츠 부문의 선전은 빅3 백화점 전체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매출이 16.3% 늘었고 롯데와 현대백화점도 각각 6.1%씩 증가했다.

반면 '따뜻한 겨울'이었던 2014년과 2015년엔 백화점 아웃도어 매출 증가율은 정체 또는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2015년 12월 평균 기온은 13.8도로 42년 만에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다.

먼저 신세계백화점은 따뜻한 겨울이었던 2015년 11월11일~12월12일 전년동기대비 아웃도어·스포츠웨어 매출이 12.2%와 3.9% 감소했다. 2014년 같은 기간 아웃도어는 5.3% 증가했지만 스포츠웨어는 6.2% 줄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2015년 같은기간 아웃도어 매출이 5.3% 감소하고 2014년에도 3.5% 증가하는데 그쳤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2014년·2015년 아웃도어 매출이 각각 0.5%와 3.1% 감소했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11월 초중순부터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패딩 등 객단가가 높은 겨울 시즌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급증했다"며 "추운 날씨가 이어져 올해 연말까지 관련 상품군 매출이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고가인 아우터를 주력상품으로 판매하는 4분기 매출 비중이 1년 중 가장 높다"면서 "상품기획과 마케팅을 잘해도 날씨가 춥지 않으면 낭패인데 올해는 11월 이른 추위가 찾아와 아우터·스포츠웨어 매출이 호조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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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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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패딩 광풍' 덕 톡톡…아웃도어 11월 매출 30% 이상↑ 폭증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 11월 한 달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스커버리'가 월매출 940억대를 기록해 1위에 올랐고 '노스페이스'가 800억대 매출을 올렸다.

뒤를 이어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가 710억원을 올렸고 '아이더' '네파' 'K2' '블랙야크' 나란히 월매출 600억대를 기록했다. '코오롱스포츠' '밀레' '컬럼비아' '라푸마'도 롱패딩 열풍에 올라타 특수를 누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롱패딩 열풍이 침체에 빠져있던 아웃도어 시장을 다시 살릴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4~5년 전 유행한 '헤비다운' 열풍 때처럼 깜짝 인기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웃도어·패션업체들은 당시 헤비다운 제품을 경쟁하듯 출시했지만 점점 따뜻해지는 겨울 날씨 탓에 급격히 판매량이 줄어 재고 부담을 고스란히 떠 안아야 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14년 7조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15년 6조원대, 2016년에 5조원대로 감소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시장 규모로 지난해대비 10% 줄어든 4조5000억원을 전망했지만 업계에서는 롱패딩 열풍 덕에 수년 전 수준의 매출 규모를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웃도어 한 관계자는 "올해 추운 겨울 날씨를 시작으로 여러 조건이 맞아 롱패딩이 떴다"며 "내년까지 영하의 강추위가 이어진다면 매출 규모에서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무엇보다 11월부터 시작된 이른 한파 덕분에 아우터 마련 열풍을 일으켰다"며 "기업들이 우후죽순 롱패딩을 쏟아내고 있는데 반짝 유행일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수요 예측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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