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종교인 과세' 입법예고 종료..시민단체-개신교 충돌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행령 개정안 의견수렴 100건 넘어

비과세 범위, 세무조사 놓고 갑론을박

참여연대·경실련 "특혜 조항 삭제해야"

개신교 단체 "개정하면 조세저항 직면"

이낙연 "보완해야"..26일 국무회의 의결

이데일리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종교인 과세(소득세법) 관련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이 14일 마무리 됐다. 종교인에 대한 세금 특혜라는 비판과 종교활동 침해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크리스마스 직후 국무회의 의결을 앞두고 막판 진통이 커질 전망이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종교인 과세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4일 자정까지 진행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시행령 관련 찬반 의견이 100건 넘게 들어왔다”며 “국민 의견을 정부가 무시할 순 없다. 합당한 지적이면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는 예정대로 내년에 과세를 시행하되 과세 방식은 교계 의견을 반영한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 활동비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아 과세 범위가 제한됐다. 세무조사 범위는 종교 단체가 소속 종교인에게 지급한 돈을 기록한 별도의 장부로 한정했다. 세무조사 관련해 종교인에게 수정 신고를 우선 안내해 자진시정 기회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 같은 개정안이 알려지자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19조 제3항 제3호에는 ‘종교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받은 금액 및 물품’을 비과세 종교인 소득 범위에 추가하고 있다”며 “이 문구는 사실상 그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워 종교인 소득 전체에 대한 비과세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실련은 “종교활동과 관련해 지출한 비용을 구분해 기록 관리한 경우 자료에 대한 (세무)조사와 제출도 못 하도록 하는 것 또한 문제가 크다”며 “세무 공무원이 질문조사를 하려 해도 세무관청이 먼저 수정신고를 우선 안내하도록 하는 것은 일반적인 세무조사대상자에 비해 엄청난 특혜를 주는 꼴”이라며 시행령 222조 제2~3항 삭제를 촉구했다.

참여연대도 “과세 시행을 명분으로 조세정의가 무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종교인 소득의 범위를 종교단체가 스스로 정하게 하고 세무조사를 무력화하는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며 경실련이 지적한 2개 조항의 문제를 지적했다.

납세자연맹은 시행령 제41조 제14항 관련해 “종교 관련 종사자가 소속된 종교단체로 한정했다”며 “이 조항에 따라 ‘종교인이 다른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각종 명목의 수입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종교 관련 종사자가 소속된 단체’라는 부분을 삭제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한국교회 주요 연합기관과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는 성명에서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기획재정부에 재검토 지시를 내려 종교계는 당혹스럽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며 “시행령 개정안 재검토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행령 개정이 자행된다면 위헌심사의 대상이 됨은 물론이고 심각한 정교갈등과 함께 강력한 조세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이낙연 총리는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종교계의 의견을 존중하되 국민 일반의 눈높이도 감안하면서 조세행정의 형평성과 투명성에 관해 좀 더 고려해 최소한의 보완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입법 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은 종교계의 의견을 비교적 많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론과 시민사회 등은 종교인 소득신고 범위나 종교단체 세무조사 배제원칙 등이 과세의 형평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도 하고 있다”며 보완을 지시했다.

정부는 오는 21일 차관회의,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29일 시행령 확정안을 공포할 계획이다. 시행령 통과 여부와 별도로 법안(소득세법 개정안)은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과세 필요성이 공식 제기된 1968년 이후 50년 만에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는 셈이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