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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SC] 실감나는 가상현실···우리 앞에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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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VR산업 2년 전 견줘 가파른 상승

가구업계 등 앞다퉈 뛰어들어

트라우마·뇌졸중 재활 치료에도 도입

평창올림픽도 VR 체험관 설치해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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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26일, 는 가상현실(VR·브이아르)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커버 기사는 브이아르가 앞으로 가져올 세상에 대한 일종의 공상과학소설(SF)이었다. 그때만 해도 브이아르가 막 첫발을 내디딘 상태여서 실생활에 적용된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2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브이아르는 우리 삶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2년 전엔 존재하지도 않았던 브이아르 체험방이 도심 곳곳에 자리잡은 것만 봐도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2016년 전세계 40억달러 수준의 브이아르 시장은 2020년엔 1500억달러(약 16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현재는 1조원대 시장이지만 2020년엔 6조원대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업계는 추측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 뺨치는 가파른 상승 곡선이다.

기술 발달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브이아르 영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는 10만원에서 지금은 몇천원대에 살 수 있을 정도로 싸졌다. 최근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아이티(IT) 기업은 해상도와 스크롤 기능을 향상한 차세대 에이치엠디인 ‘오큘러스 고’와 ‘데이드림 뷰2’를 내놓았다. 해상도와 스크롤 기능이 향상되면 더욱 현실감이 살아난다. 2년 전 10분만 보고 있으면 멀미가 나는 현상도 많이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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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의대 길병원이 개발한 뇌졸중 후유증 치료용 브이아르. 길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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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가상이 뚜렷하게 구분되던 초창기 브이아르가, 실재감을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되자 점점 응용 범위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가천대학교 길병원은 브이아르를 병 치료에 적용하는 ‘가상현실 치료센터’(VR Life care)를 설립했다. 내년 초부터 실제 운영에 들어가는 이 가상현실 치료센터는 일종의 정신 질환인 트라우마와 뇌졸중 후유증 재활치료를 하게 된다. 예를 들면 트라우마 환자의 경우 브이아르 영상을 통해 트라우마 유발 인자를 단계적으로 노출시켜 자극에 점차 익숙하게 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뇌졸중 후유증 재활 치료는 마치 환자가 실제 집 안이나 거리에서 걷는 것처럼 보이게 해 일상생활에 적응시키는 방식이다.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진 교수는 “지금까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공황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 환자와 치료진이 같이 직접 현장에 가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자극에 노출돼야 했었다. 하지만 브이아르는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자극을 수위별로 반복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 치료에 효과적”라고 말했다.

산업에서도 응용이 활발하다. 단순 홍보용이 아닌 적극적인 구매 유도를 하기 위해 브이아르 기술이 활용된다. 홈퍼니싱 업체 이케아는 ‘이케아 브이아르 익스피리언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소비자 스스로 가상의 주방 안을 돌아보고 마음껏 색깔과 재질을 바꿔 볼 수 있도록 했다. 가상의 주방 안에서 소비자는 요리를 하면서 싱크대 높이가 적당한지 미리 체크할 수도 있다. 여기에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한 ‘이케아 플레이스’ 애플리케이션은 실제 공간에 구입을 원하는 가구를 가상으로 배치할 수 있다. 막상 가구를 샀는데 집 안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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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으로 가구 배치를 할 수 있는 이케아 플레이스 앱. 이케아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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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브이아르 기술은 예술과 관광 등의 목적에도 활용된다. 강원도 강릉에 있는 평창동계올림픽 체험관은 가상현실 속에서 스키점프를 하는 등 실감나는 브이아르 영상을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전세계 명소를 브이아르 영상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구글의 익스페디션스 앱은 이미 미국에선 학교 교육용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예술계에서 도입도 활발하다. 한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는 2016년 부산 비엔날레에 출품한 ‘혼혈하는 지구’라는 작품을 브이아르 기술을 통해 완성했다. 허공을 캔버스 삼아 한자 등의 이미지가 가득 찬 가상의 공간을 에이치엠디를 쓴 관람객들이 틸트 브러시라는 브이아르용 붓을 들고 마음껏 그림을 그려 완성하는 방식이다.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브이아르 영상은 인간의 감각을 확장하고 증폭시킨다. 그만큼 감정의 상승 효과도 크다. 지난달 국제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은 아프리카 가나 어린이들을 위한 기금 모금 홍보 영상을 브이아르로 제작했다. 방송인 샘 오취리의 기금으로 설립된 가나의 한 초등학교를 촬영한 뒤 오는 15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행사를 열어 공개할 예정이다. 영상을 촬영한 벤타브이알의 전우열 감독은 “생생함이 극대화된 브이아르 영상이 가나 어린이들이 처한 환경을 실감나게 보여주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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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년 사이에 놀라울 정도로 발전한 브이아르는 이제, 인공지능과의 결합을 앞두고 있다. 머지않아 가상의 어떤 존재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감정을 교류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그 시대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결국 인간의 손에 달렸다. 중요한 것은 세상은 변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경험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Virtual Reality(VR)

가상현실. 실제는 아니지만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실제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 사용자가 가상의 현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뮬레이션과 다름.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기술과 만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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