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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역대전적 1승15패…여자축구, 남북 실력차 왜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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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북, 4.25·압록강·소백수체육단에서 강훈련

강인한 체력 바탕으로 투혼, 스피드 좋아

지난해 U-17, U-20 여자월드컵 연이어 우승

남, 실업 9개 등 전체 팀 70개에 불과

초중고 포함 엘리트선수도 1541명 ‘저변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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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요르단에서 열린 2016 국제축구연맹(FIFA) 17살 이하(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북한 선수들. 국제축구연맹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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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여자축구 실력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뭘까? 우리 선수들도 열심히 연습을 할 텐데, 왜 북 선수들이 그렇게 더 잘 뛸까?

“북은 4.25체육단 등 군대 소속 팀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이 있어 무엇보다 체력이 좋다네요. 17살 이하(U-17), 20살 이하(U-20) 선수들은 기술도 아주 뛰어나 지난해 연이어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우승도 했잖아요.” 여자축구 쪽에서 다년간 일을 해왔던 김세인 대한축구협회 미디어 담당관의 설명이다.

지난 11일 일본 지바현 소가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 여자부 남북 경기. 1-0으로 승리한 김광민(55) 북한 여자대표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높은 정신력과 집단력으로 잘싸워 오늘의 승리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윤덕여 한국 여자대표팀 감독은 “북의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축구, 특히 스피드에 뒤졌다. 세컨드볼 싸움에서 우리가 안됐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두 감독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 여자축구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투혼과 조직력이 뛰어난 팀’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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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1일 일본 지바현 소가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에서 공을 다투고 있다. 남의 장슬기가 질주하자 3명의 북 선수들이 달려드는 등 강한 압박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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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을 보니, 한국의 상무 같은 4.25체육단 소속은 이번 대회 3골을 기록한 장신골잡이 김윤미(24)를 비롯해 전체 엔트리 23명 가운데 8명이나 됐다. 평양에 연고를 두고 있는 4.25체육단은 한국의 국방부 격인 인민무력부 소속으로 북한에서 가장 명문인 체육단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북한 경찰조직인 인민보안부 소속인 압록강체육단 소속 선수도 주전 중앙 미드필더인 유정임(24), 오른쪽 공격수인 리향심(21) 등 3명이 엔트리에 들어 있다. 이밖에 평양체육단, 갈매기체육단, 소백수체육단, 월미도축구단 등 여러 팀 소속 선수들로 이뤄져 있다.

북한 여자축구는 지난 2014 인천아시안게임과 2015 동아시안컵에서 연이어 우승했고, 우승 주역인 라은심, 허은별 등은 북에서 영웅대우를 받고 각기 집도 한채씩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동기 부여도 많이 돼 선수들이 열심히 뛸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역대 A매치 전적에서 북은 15승1무1패로 남에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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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열린 2016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U-20)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북한 선수들. 국제축구연맹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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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여자축구는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1차전에서 중국을 2-0으로 누르는 등 2연승을 올리며 잘 나가고 있는데, 김광민 감독은 “선수들이 상시적으로 종합훈련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각기 자기 팀에서 능력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여자축구는 이렇게 잘 나가고 있지만,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2018 요르단 여자 아시안컵에서 한국에 1-1로 비기는 바람에 본선 진출이 좌절됐고, 이 때문에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에도 나갈 수 없게 됐다. 2011 독일 여자월드컵 때 한약 복용 때문에 도핑에 걸려 징계를 받으면서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에 나가지 못했는데, 여자축구 강국임에도 2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 좌절되는 아픔을 맛본 것이다. 김광민 감독이 이번 동아시안컵 기자회견에서 지난 4월의 아픔을 여러차례 언급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17살과 20살 이하 여자월드컵 무대에서는 지난해 연이어 우승하면서 앞으로도 청소년 무대에서는 계속 세계 최강으로 군림할 태세다.

반면 한국 여자축구는 상황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현재 초등(18), 중등(17), 고등(17), 대학(9), 실업(9)까지 모두 합해 팀은 70개, 등록된 엘리트 선수도 1541명에 불과하다. 초등학교의 경우 시도 하나에 한팀이 있을 정도로 저변도 좁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선수 수급도 제대로 안된다”고 했다. 국가 차원에서 여자축구를 집중적으로 키우는 북, 팀이 갈수록 줄어들어 선수 확보조차 점차 힘들어지는 남. 그런데서 실력차도 나오는 것 같다.

도쿄/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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