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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택시 빨간등' 도시괴담?… "긴급상황, 신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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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상대 노상강도 등 범죄 여전…'비상방범등' 무용지물]

머니투데이

/삽화=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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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택시기사와 편의점 직원을 위협, 금품을 빼앗으려한 이모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이씨는 지나가는 택시를 잡은 뒤 택시기사 신모씨를 흉기로 위협해 돈을 빼앗으려한 혐의를 받았다. 신씨가 돈이 얼마 없다고 하자 이씨는 택시에서 내린 뒤 편의점에 들어가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다행히 한 시민이 이 같은 범행을 목격, 인근 지구대에 신고해 추가 피해가 예방됐다.



#지난 8월 택시 요금이 없다며 흉기로 기사를 위협한 이모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이날 새벽 청주시 한 도로에서 택시에 탄 뒤 미리 준비한 흉기로 기사를 위협한 혐의를 받았다. 이씨는 "돈이 없는데 택시기사가 대전까지 5만원을 요구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가까스로 현장에서 벗어난 택시기사의 신고로 이씨는 경찰에 붙잡혔다.

연말을 맞아 택시 이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속수무책으로 범죄 위협에 노출돼 있는 택시 기사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범죄로부터 택시 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10여년 전 도입된 '비상방범등'은 설치 자체를 아는 시민들이 적어 무용지물이 돼가는 실정이다.

1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 8월까지 최근 5년간 서울청 112 긴급전화에 신고가 들어와 출동한 건수는 약 2000만건. 하지만 이중 택시 비상방범등을 통한 신고는 사실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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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산지방경찰청 제공

택시 비상방범등은 10여년 전 도입된 것으로, 택시기사가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 운전석 밑에 있는 조작 버튼을 누르면 택시 지붕에 있는 갓등이 5초 간격 빨간색으로 깜빡깜빡 빛난다.

택시 갓등에 노란불이 들어오면 '빈차'라는 뜻이고, 불이 꺼져있을 때는 손님을 태우고 운행중인 택시라는 뜻이지만 붉게 빛나면 범죄에 노출됐다는 뜻이다. 택시기사가 비상방범등을 통해 위험 상황을 알리면 이를 보고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사용해 범죄를 예방한 사례도 있다. 경기도 파주시의 한 운수회사 관계자는 "3년 전, 한 승객이 기사를 위협했던 적이 있다"면서 "기사가 곧바로 비상방범등을 켰고, 이를 본 시민이 신고해 기사가 위기에서 벗어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이런 사례가 극히 예외적이고 홍보가 잘 되지 않아 대부분 시민이 비상방범등 기능을 모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빨간등을 켜고 달리는 택시를 본 적이 있냐'며 일종의 도시괴담처럼 목격 경험담이 공유되는 실정이다.

서울시 도봉구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A씨는 "밖에서 보고 신고해주거나, 비상등을 켠 택시를 다른 차들이 가로막아 범죄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는 게 원래 설치 의도지만 일반 시민들이나 운전자, 승객들 중 이를 아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시내 택시기사 김모씨는 "요즘 카드로 결제하는 승객이 많고, 택시 기사가 현금을 갖고 있는 일이 줄면서 강도 범죄가 많지 않지만 범죄라는 게 갑자기 일어나는 것인데 아무도 비상등에 대해 모르니 켜도 신고할 사람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직장인 고모씨(27)도 "운전중 빨간등을 켠 차량을 본다면 응급환자를 태운 택시라고 생각하고 길을 비켜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편의점이나 금융기관처럼 위급 버튼을 누를 경우 경찰에 바로 신고가 가도록 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게 확실히 범죄로부터 기사를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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