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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회식서도 "가즈아~" 가상화폐, 일상을 점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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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한국을 비틀다-①]가상화폐 유행어·인터넷 방송도 등장…"팍팍한 삶 반영"]

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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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내년에도! 가즈아~"

지난주 금요일(8일) 서울 강남 한 IT(정보기술) 기업의 송년 회식자리에 등장한 건배사다. '가즈아'는 '가자'의 발음을 변형·강조한 말로 가상화폐의 가격이 오르길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부서원들이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들다 보니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연스레 가상화폐 관련 신조어들이 나왔다.

'가즈아'란 앱(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구글스토어에 등록된 이 앱은 실시간 한강 수온을 알려준다. 가상화폐 가격 급락에 피해 본 투자자가 한강에 뛰어드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으니 수온을 안내하겠다는 의도다.

비트코인 등 실체 없는 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온라인은 물론 일상생활 곳곳을 휩쓸고 있다. 일터와 가정, 학교까지 한국사회의 일상을 바꿔놓는 모양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 회원은 지난달 말 기준 134만명으로 올해 초(33만명)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업계에서는 약 200만명의 신규 투자자가 올해 가상화폐 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코스닥 시장 거래 규모까지 넘어선 가상화폐 매매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단연 최고 화제다. 관심 없던 사람들도 경험 있는 동료에게 방법을 물어보는 등 주식·부동산 투자를 넘어선 관심사로 떠올랐다.

직장인 조모씨(30)는 "회식에서 요새 주로 나오는 얘기가 비트코인"이라며 "얼마나 올랐다, 누가 얼마만큼 벌었다는 얘기가 많이 나와 가상화폐를 모르면 대화에 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광풍을 부채질하는 건 소위 '카더라 통신'(출처 불명의 소문)이다. "8억원을 벌고 회사를 그만뒀다더라", "비트코인에 모든 돈을 쏟아부어 서초동에 아파트를 샀다더라"는 식의 이야기가 투기 심리를 부추긴다.

일확천금을 향한 욕망은 주부나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주부 강모씨(40)는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2200만원을 넘기던 이달 8일 뒤늦게 샀다가 후회 중이다.

강씨는 "투자 금액이 컸던 것은 아니지만 순식간에 돈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니 내가 뭘 한 건가 싶다"며 "언제쯤 손실을 회복할까 걱정돼 계속 확인하다 보니 집안일도 밀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탓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도 부지기수다. 올해 9월부터 가상화폐 리플 등을 사며 투자를 시작한 대학생 박모씨(23)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조금 사봤는데 시험기간처럼 중요한 기간이 되니까 굉장히 신경 쓰였다"며 "함께 투자했던 친구들도 시험을 망쳤다고 한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투자 인터넷 방송도 인기다. 유명세를 타는 BJ(인터넷 방송인)들이 이미 등장했고 이들은 본인이 가상화폐 투자를 하는 모습을 시청자에게 실시간 중계한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광풍이 한국 사회의 팍팍한 현실을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관심을 갖는 건 사회구조적으로 삶이 팍팍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정상적 노동으로 버는 돈이 부족하다 느끼니 로또처럼 단기 투자로 최대 성과를 얻으려는 환상 속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 화폐는 정부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이제는 블록체인이란 신기술이 새 화폐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에 기대가 커진 것 같다"며 "아직 근거가 약한 기대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국민들이 투기 양상으로 기울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는 외국인, 미성년자의 가상화폐 투자를 원천 제한하는 등의 추진 방안이 논의됐다.

이보라 기자 purple@, 이동우 기자 can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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