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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동식물 부패한 냄새, '전자코'가 잡아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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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바이오전자코의 전극(노란색) 위에 부착된 수용체 단백질이 냄새 분자와 결합하면 전극 사이 탄소나노튜브에 흐르는 전류량이 미세하게 변해 동식물의 부패를 감지할 수 있다. /서울대




국내 연구진이 동식물이 부패할 때 발생하는 이른바 '죽음의 냄새'를 알아내는 바이오 전자 코를 개발했다. 냉장고 안에 상한 음식이 있는지 조기에 파악하거나 재난사고로 숨진 희생자를 수색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박태현 교수와 물리천문학부 홍승훈 교수 공동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ACS) 나노'에 "음식이 상하기 시작하면서 나오는 냄새 물질과 결합하는 수용체 단백질을 이용해 악취가 퍼지기도 전에 감지할 수 있는 바이오 전자 코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음식이 부패할 때 나는 냄새는 '카다베린(cadaverine)'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시체(cadaver)에서 나는 냄새라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박태현 교수는 민물고기인 제브라피시에서 카다베린과 결합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추출했다. 이것을 대장균 유전자에 끼워 넣었다. 연구진은 대장균 발효 공정으로 대량 생산된 카다베린 수용체 단백질을 세포막 성분과 같은 인공막에 넣었다. 이것을 홍승훈 교수팀에서 개발한 탄소나노튜브 센서와 결합해 바이오 전자 코를 완성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다발로, 전류가 구리보다 1000배나 잘 흐른다. 카다베린 분자가 인공막의 단백질에 결합하면 전기를 띤 입자들이 이동한다. 이러면 탄소나노튜브에 흐르는 전류가 변한다.

박 교수는 "연어와 소고기 즙으로 실험한 결과 전자 코는 액체에 녹아있는 카다베린을 100조분의 1 정도의 아주 낮은 농도까지 감지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바이오 전자 코가 공기 중에 있는 카다베린도 감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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