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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원주 DB엔 승리 부르는 ‘버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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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판도 바꾼 외국인 선수

12일 SK전 고비마다 동점·역전포

사상 최다 점수차 역전승 이끌어

미 대학 졸업 후 한국서 프로 데뷔

가드 자청해 외곽 휘저으며 맹활약

하위권 예상했던 DB 상위권 도약

버튼 “챔피언십 목표, 끝까지 노력”

중앙일보

원주 DB가 올시즌 프로농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버튼이 있다. 버튼은 동료들과의 호흡을 중시하는 새로운 유형의 외국인 선수다. 작은 사진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며 대학 시절 핑크색 농구화를 신었던 버튼.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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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슛을 성공시켜도 크게 기뻐하거나 흥분하지 않는다. 프로농구 원주 DB 프로미의 외국인 선수 디온테 버튼(23·미국)이다. 그는 좀처럼 웃지 않는다. 시크한 매력의 버튼은 요즘 프로농구에서 가장 ‘핫’한 선수로 통한다. 버튼이 이끄는 DB는 연일 드라마같은 명승부를 펼치며 서울 SK와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 전주 KCC를 0.5경기 차로 추격 중이다.

지난 12일 서울 잠실 SK전에선 ‘승리의 버튼’이 됐다. DB는 연장 접전 끝에 SK를 95-94로 물리쳤다. 버튼은 80-83으로 뒤진 4쿼터 종료를 0.9초 남기고 천금같은 3점슛을 성공시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그는 연장 종료 8초 전에는 역전 3점포를 쏘아올렸고, 2초를 남기고는 SK 애런 헤인즈의 골밑슛을 쳐내 승리를 지켰다. 이 경기에서 DB는 전반을 28-54로 마쳤다. 26점이나 뒤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버튼의 막판 활약 덕분에 최다 점수차(전반 결과 기준)를 극복하고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버튼의 원맨쇼나 다름없었다. 버튼도 이날만큼은 팀 동료 두경민(26·가드)과 점프한 뒤 몸을 부딪히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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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과 두경민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SK와 원주 DB의 경기. DB 버튼이 연장으로 가는 동점 슛을 성공시킨 뒤 두경민과 환호하고 있다. 2017.12.12 ham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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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DB 감독은 “우리 팀이 버튼을 뽑은 건 ‘로또’에 맞은 거나 다름없다. 운이 정말 좋았다”고 표현했다. 버튼은 지난 7월 외국인 트라이아웃에서 조시 셀비(26·인천 전자랜드)에 이어 2순위로 DB에 지명됐다. 버튼은 올해 초 대학(아이오와주립대)을 갓 졸업했다. 미국프로농구(NBA)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다. NBA 서머리그에서 잠시 뛰었지만 정식 프로선수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DB에 지명을 받아 한국에 입국할 때 여권을 처음으로 발급받았을 정도였다. 한국 무대에는 20명의 외국인 선수가 뛰고 있는데 이 중에서 안면이 있는 선수도 없었다. 한국에 대해 아는 건 에이전트에게 들은 몇 마디 말 뿐이었다. 버튼은 "해외리그에서 뛰는 게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처음에 고생했다. 하지만 동료들의 도움으로 생각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KBL의 빠른 농구도 나에게 잘 맞았다"고 했다. 지금은 매운 라면도 없어서 못먹을 정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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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핑크색 신발과 양말을 신고 뛴 버튼. [아이오아주립대 홈페이지 캡쳐]




버튼은 대학 시절부터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선수였다. 지역 올스타(세컨드팀)에 뽑히며 실력을 갖췄다. 그가 진짜 유명해진 것 핑크색 농구화와 양말 때문이다. 지난 6월 미국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핑크 농구화를 신는 버튼을 집중 조명했다. 그가 핑크색을 선택한 건 2014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바바라 말론)를 위해서였다. 핑크색은 유방암 예방 캠페인을 상징한다. 버튼은 고교 시절 어머니의 투병 소식을 전해듣고 집과 멀리 떨어진 학교에서 집 근처로 전학을 할 정도로 효심이 깊었다. 대학도 위스콘신주에 있는 마켓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슬픔을 잊기위해 아이오와주립대학으로 옮겼다. 버튼은 “나를 위해 늘 헌신한 어머니를 위해 (암 투병 사실을 알게된) 고등학교 때부터 핑크 농구화를 신었다”며 “한국에서도 핑크 농구화를 신고 싶지만 아직 나에게 맞는 신발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버튼은 키가 1m92.6㎝로 단신 외국인 선수로 분류된다. 프로농구에서는 키 1m93㎝를 기준으로 단신과 장신 선수를 가른다. 팀 당 단신, 장신 1명씩을 보유할 수 있다. 키가 1m93㎝에 근접한 버튼은 단신 선수로는 최적의 신체조건을 갖췄다. 그래서 이 감독은 당초 버튼을 파워포워드로 활용하려고 했다. 파워와 정확성을 두루 갖춘데다 대학시절 슈팅가드와 파워포워드(2~4번)를 오간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버튼은 이 감독을 찾아가 가드를 맡겨 달라고 요청했다. NBA 진출이 꿈인 버튼은 한국에서 뛰면서 외곽 플레이를 좀 더 가다듬고 싶어했다. 버튼은 “주위에서 다른 팀이었다면 포지션 변경이 어려웠을 것이란 말을 들었다. 감독님이 나를 믿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버튼의 가드 전환은 신의 한수가 됐다. 버튼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외곽을 휘젓고 있다. 21경기에 나와 경기당 평균 21.38득점(8위)에 4.3어시스트·9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무리하게 득점 욕심을 내지 않는다. 대신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가 탁월하다. 더구나 왼손잡이라 상대가 수비하는데 애를 먹는다. 버튼은 “나는 원래 패스를 즐긴다. 나 혼자 잘해서 승리를 이끌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김승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버튼은 새로운 유형의 외국인 선수”라며 “개인 기량이 출중한데다 동료들을 활용하는 플레이에도 능하다. 버튼의 플레이를 보기 전에는 사실 DB를 하위권 전력으로 봤다. 버튼이 버틴 DB가 상위권에 있는 건 파란이 아닌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시즌 DB의 고공행진은 예상치 못한 결과다. 고양 오리온과 함께 유력한 최하위 후보였다. 5위였던 지난 시즌보다 전력은 약화됐다. 주전 가드 허웅(25)이 군(국군체육부대)에 입대했고, 윤호영(33·포워드)이 왼발 아킬레스건을 다쳤다. 은퇴를 앞둔 김주성(38·센터)은 전성기 때처럼 뛰지 못한다. 하지만 이상범 감독의 지도력과 김태홍(29·포워드), 서민수(24·포워드) 등의 성장, 그리고 베테랑 김주성, 윤호영의 투혼이 어울어지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버튼과 최강 호흡을 자랑하는 에이스 두경민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버튼은 공교롭게도 이름 이니셜이 DB(디온테 버튼)다. 버튼은 “DB는 원래 ‘두(두경민)앤드 버튼’이 맞다”며 웃었다. 이상범 감독은 “버튼은 젊다보니 경기가 과열될 경우 흥분하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언젠가 향수병이 올 수도 있다”면서도 “지금처럼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버튼은 “일단 시작했으니 챔피언결정전까지 가는게 목표다.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디온테 버튼(Deonte Burton)은 …
●출생 : 1994년 1월 31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체격 : 키 1m92.6㎝, 몸무게 113㎏

●포지션 : 가드 및 포워드(왼손잡이)

●대학(NCAA) :

마켓대(2013~15년)-아이오와주립대(2015~17년)

성적: 101경기 10.4득점, 1.1어시스트 4리바운드

수상 : 2017년 올 빅12 세컨드팀

●프로 데뷔 : 2017년 원주 DB

성적 : 21경기 평균 21.38득점 4.3어시스트 9리바운드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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