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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앵커브리핑] 왕위 오르자…'나는 너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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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프랑스와의 백년전쟁에서 대승을 이끌었던 영국 왕 헨리 5세. 셰익스피어는 헨리 5세야말로 이상적인 군주의 자질을 가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쓴 역사극 랭커스터 4부작에는 그의 이런 면모가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사실 헨리 5세는 왕위에 오르기 전에 누구보다도 방탕한 삶을 살았습니다. 당시 함께 어울렸던 인물은 '폴스타프'라는 이름의 무뢰배였습니다.

몰락한 기사였던 폴스타프는 가족과도 같았던 왕자가 왕위에 오르자 한달음에 신임 국왕을 찾아가 외칩니다.

"나의 할 왕자 만세"

그러나 왕위에 오른 할 왕자, 아니 헨리 5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냉정하고도 엄숙했습니다.

"나는 너를 모른다"

그는 사사로운 연을 분명히 끊고 자신이 짊어진 국민의 삶을 자각했습니다.

"나는 너를 모른다"

똑같은 공식을 지금의 시대로 가져오면 어떠할까… 이곳은 혈연과 학연과 지연으로 끈적이는 세상…

사사로움을 끊었던 이들보다 사사로움에 얽매여 권력을 탕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이제는 새로워 보이지도 않지만… 비선의 지인을 챙겨주기 위해서 뉴스테이 사업마저 건드렸다는 의혹을 받는 사람.

또한 친인척의 취업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친구의 아들을 챙기거나, 직접 결혼시킨 인턴사원을 걱정했던 사람들.

어느 공기업은 신입사원 전체가 아예 끈으로 입사했다는 기네스북감에 오를 만한 이야기까지…

함께 권력을 취하고자 했던 폴스타프 같은 인물은 세상에 넘쳐났지만 그것을 제어할 헨리 5세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러나 여기에도 '나는 너를 모른다'를 외친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취업청탁 의혹은 보좌관 소행이다. 나는 몰랐다. 문건을 인턴이 만든 것 같다 등등…

그들 역시 '나는 너를 모른다'를 외쳤고, 그들 역시 냉정했지만…

그들은 그보다 일찍 너를 몰랐어야 했고, 또한 냉정했어야 하지 않을까.

헨리 5세만큼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오늘(13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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