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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새 중1 교과서도 곳곳에 성차별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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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모임 2018년 교과서 분석 / 가사일 여성의 책임인양 기술… 일하는 여성 바쁨, 핑계로 묘사 / 남성은 정치가 여성은 간호사… 직업서 성역할 고정관념 여전

세계일보

교과서에 나온 예시문에서 잘못된 부분을 골라보자.

“한복 디자이너인 현정씨 남편은 아내의 집안일을 항상 도와주려고 한다. 현정씨는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사진)”

정답은 ‘도와주려고 한다’, ‘바쁘다는 핑계’이다. 이유는 마치 가사가 여성의 책임인 양 기술했고, 일하는 여성의 ‘바쁨’을 핑계로 묘사했다.

이 예시문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내년 중학교 1학년들이 새롭게 배우는 사회 교과서에 버젓이 기재돼 있다.

1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산하 ‘중등 성평등연구소 모임’(성평등모임)에 따르면 내년부터 중1 학생들이 사용하는 국어와 영어, 수학 등 8개 과목 모든 교과서에는 이런 성차별 요소를 담고 있다.

성평등모임은 새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된 모든 출판사의 검정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과목과 단원별 특성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성차별 요소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예컨대 앞서 예시한 중1 사회 교과서(B 출판사)는 ‘전통적 가부장제와 그에 따른 성 역할 고정관념’을 두둔하는 듯한 대목을 담았다. D 출판사의 기술·가정 교과서는 성폭력 예방법으로 ‘밤에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걷지 않도록 해요’라는 비현실적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D 출판사의 영어 교과서는 과학·수학 교사나 경찰관은 남성, 영어 교사나 발레 강사는 여성으로 설정하고 방송국 스태프는 리포터를 제외한 모두가 남성이었다. J 출판사 국어 교과서에는 ‘힘세고 멋진 아빠, 예쁜 엄마’라는 성별화를 고착하는 외모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새 교과서에서도 남녀 간 직업은 구별돼 있었다. 성평등모임이 분석한 모든 교과서에서 남성들 직업은 국가원수, 정치가, 기업가, 철학가 등 리더나 생산자로, 여성은 예술계 대학교수나 간호사와 같은 조력자 또는 소비자로 묘사됐다.

성평등모임은 “중학교에서 처음 접하는 교과서는 청소년들의 자아존중과 정체성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며 “양성평등의 교과서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대표적 교재인)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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