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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정부 뜻은 집주인·세입자 '상생'··· 전문가들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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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발표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할 수 있는 임대차 시장을 표방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대등록에 따른 혜택이 그리 크지 않고 ‘8년 장기임대’에 묶여있어 다주택자들을 유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입자도 이번 대책으로 직접적인 혜택을 입기보다 정부 뜻대로 임대사업자가 늘어 전월세 시장이 안정되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의 특징을 ‘당근’과 ‘압박’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료 인상분 감면 등 혜택을 주면서 향후 시장 상황을 감안해 2020년 이후 등록 의무화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다주택자들이 심리적 압박을 느끼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박 위원은 “베이비부머 등 은퇴자를 중심으로 임대주택을 등록하는 다주택자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강남보다는 강북, 수도권, 지방 주택에서 임대주택 등록이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세 감면 혜택이 ‘공시가격 6억원 이하(비수도권 3억원 이하)’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이 최근 재건축 이주 수요가 몰리면서 여전히 불안요인이 남아있는 서울 전월세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8년 임대에 집중된 혜택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많았다. 준공공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8년간 해당 주택의 매각이 불가능하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장기임대를 유도하려고 8년 임대 혜택을 강화하면서 4년 임대 혜택은 사실상 빠졌다”며 “급변하는 시장에서 8년 이상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2~3년새 주택을 구입한 다주택자들은 임대소득이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가 많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이런 상황에서 8년 매각 제한이라는 페널티를 가지면서 얻는 혜택이 연간 800만원”이라며 “그리 매력적 조건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직접적인 임차인 권리보호 제도가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던 시민사회도 반발하고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 국책사업팀장은 “우리나라 세입자의 주거비가 폭등한 이유가 다주택자들이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려도 세금 부과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건데 이번에 혜택을 더 준 격”이라며 “집주인은 앞으로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초반에 크게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등록 의무화와 전월세상한제 등을 2020년 이후 시장 상황을 보며 하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세입자들은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번 대책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세입자 보호대책이 빠진 것을 비판하는 긴급 좌담회를 오는 14일 열기로 했다.

<이성희·김원진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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