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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SPO 이슈] 번리는 어떻게 4위가 되었나…2년 전 레스터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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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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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번리가 2015-16시즌의 레스터시티처럼 프리미어리그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번리는 13일(한국 시간) 영국 번리 터프무어에서 열린 2017-18시즌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에서 스토크시티를 1-0으로 꺾었다. 번리는 4위에 오르며 일단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올랐다.

번리가 1경기를 더 치르긴 했지만, 17라운드까지 마친 뒤 리버풀과 토트넘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할 것이라 생각했던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번리가 17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9승 4무 4패. 결과만 보면 뛰어난 성적이지만, 차근차근 뜯어보면 매경기 고비를 넘고 올린 성과다.

번리는 이번 시즌 17경기에서 16골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당 1득점에 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실점이 고작 12점 뿐이다. 맨체스터시티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상 11실점)에 이은 리그 3위. 빼어난 수비력을 바탕으로 골득실에서 고작 +4를 기록하면서도 4위에 올랐다.

핵심은 조직력이다. 번리는 15라운드까지 18명의 선수만 기용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선수 변화 폭이 가장 작다. 마찬가지로 선발 명단 변화도 15라운드까지 11회로 가장 적었다. 핵심 선수들을 중심으로 단단한 조직력을 내세워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히 승점을 쌓았다. 션 다이시 감독은 2012년부터 팀을 이끌고 승격에 성공했다. 2014-15시즌 강등을 겪긴 했지만, 한 시즌 만에 다시 승격해 2016-17 시즌에는 잔류했다. 다이시 감독은 장기적으로 팀을 이끌면서 수비 중심 전술로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혔다.

번리의 수비 조직력은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이다. 4-4-1-1, 4-2-3-1 형태로 경기를 운영하지만, 경기 운영상엔 큰 차이가 없다. 강팀일수록 측면 미드필더들이 깊은 곳까지 내려와 6백 형태를 이룬다. 좌우 간격을 좁혀 빠른 커버 플레이가 가능하고, 촘촘한 그물망을 갖춰 크로스를 차단한다. 전방에 한 명을 내버려두고 3명은 수비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는다.

동시에 라인 컨트롤도 유기적인 편이다. 수비 라인을 줄곧 내린 채로 경기를 운영하면 계속 위험 지역으로 공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번리는 상대가 골킥 등에서 짧은 패스로 공격을 시작하면 전방부터 압박을 시작한다. 공격수들만 압박을 할 경우 압박이 완벽하지 않아 공을 빼앗지는 못하더라도, 수비 라인이 단계적으로 물러난다. 공격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추면서도, 경기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번 시즌 번리가 2실점 이상 한 경기는 딱 2번이다. 1라운드 첼시(3-2 승), 9라운드 맨시티전(0-3) 패배다. 첼시전에선 3골을 연달아 터뜨린 뒤 2실점했지만 승리를 지켰다. 맨시티전에서도 페널티킥과 코너킥에서 2골을 연속 실점해 패배했지만, 수비력 자체는 뛰어났다.

공격은 단순하지만 짜임새가 있다. 최전방에 배치된 크리스 우드는 제공권, 몸싸움이 뛰어나고 발밑까지 좋은 선수로, 번리의 포스트플레이를 맡는다. 측면부터 공격이 시작해 우드로 연결되는 것이 특징인데, 기본적으로 크로스를 많이 활용한다. 하지만 단순한 롱볼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프 헨드릭, 요한 그뷔드뮌드손, 로비 브래디 등 재간이 좋은 선수들이 의외의 짧은 패스로 다양성을 주고 있다. 공격력이 폭발적이진 않지만 1골로도 충분히 승점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번리의 선전에서 두 시즌 전 레스터시티의 잔상이 스친다. 3라운드 토트넘전, 지난 라운드 스토크시티전 등 경기 막판 득점으로 승점을 쌓는 끈끈한 경기력까지 비슷하다. 이른바 '빅6' 팀들을 상대로도 좋은 결과를 냈다. 선두 맨시티엔 패했지만 토트넘, 리버풀과 비겼고 첼시를 꺾었다. 2015-16시즌 레스터에 비해 공격력이 약해 우승 도전은 쉽지 않겠지만, 1경기 더 치른 상태에서 8위 레스터에 승점을 8점이나 앞서고 있다. 지금 기세만 잘 유지한다면 유럽 클럽대항전 출전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번리는 역사상 1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전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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