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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고등어 없어서 수입하는데···국내산은 사료로 전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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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난해 5월부터 고등어 금지 체장 21㎝로 제한…“새끼 고등어 잡아도 된다” 면죄부 준 꼴

전문가들 “금지 체장 28㎝로 상향해야 자원 관리 효과 볼 수 있어”

대형선망수협 “한일어업협정 조속히 재개하고 중국 어선에도 우리도 똑같이 규제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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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새끼 고등어가 대량으로 위판되고 있는 모습. [사진 국립수산자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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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고 새끼 고등어 잡고 싶겠습니까. 다 큰 고등어 가격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데…. 그런데 기름값이라도 건지려면 어쩔 수 없십니더.” 지난 11일 우리 연근해에서 잡힌 고등어의 90% 이상이 팔리는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 위판장에서 만난 대형 선망어선(고등어잡이배) 선장의 말이다.

이날 공동어시장 위판장에 고등어 10만 상자가 풀렸는데 이 가운데 6만 상자가 21㎝를 조금 넘긴 새끼 고등어였다. 28㎝ 이상의 고등어 한 상자는 10만원 넘게 팔렸지만, 새끼 고등어는 10분의 1 수준인 상자당 1만1000원에 팔렸다. 마일도 대형 선망수협 지도과장은 “지난해 7월부터 한·일 어업협정이 중단되면서 고등어 어획량의 30%를 차지하는 대마도를 갈 수 없게 됐다”며 “올해 고등어 어획고가 700억원 줄어들어 새끼 고등어라도 잡아야 인건비와 연료비를 충당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길이(체장)가 21㎝에 불과한 새끼 고등어는 상품 가치가 없어 양어용 사료나 참치 미끼용으로 판매한다. 식탁에 오르는 고등어는 최소 28㎝ 이상은 돼야 한다. 그래서 현재 국내산 고등어는 상당 부분이 사료용으로 전락했고, 식탁은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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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새끼 고등어가 대량으로 위판되고 있는 모습. [사진 국립수산자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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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산 고등어 어획량은 6만8147t이며, 같은 기간 노르웨이 고등어 수입량은 2만9607t에 달한다. 국내산 고등어의 절반가량이 양어용 사료로 소비되는 점을 고려하면 식탁에 오르는 고등어의 50%가 노르웨이산이다. 노르웨이 고등어 수입량은 2008년 4468t에서 2016년 3만8756t으로 9배로 늘ㄹ었다.

전문가들은 고등어를 잡을 수 없는 몸길이 기준(금지 체장)을 현행 21㎝에서 28㎝로 상향 조정해야 새끼 고등어를 남획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고등어 금지 체장 21㎝ 기준은 고등어 자원 관리에 아무런 효과가 없는 수치”라며 “고등어가 새끼(치어)를 지나 어른(성어)과 체형이 거의 유사해지는 미성어 길이인 28㎝까지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에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금지 체장 기준이 없는 고등어에 지난해 5월부터 규제 조항을 적용하려니 어민들의 반발이 컸다”며 “일단 제도를 도입한 뒤 차차 금지 체장 기준을 상향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형 선망어선 업계는 정부가 한·일 어업협정을 타결하고 중국 어선은 21㎝ 이하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현재의 한·중 어업 관련 협정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 과장은 “대마도에서 조업할 수 있도록 한·일 어업협정을 조속히 타결하고, 중국 어선들이 제주 해역에서 21㎝ 이하 고등어를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016년 말 한중어업협상을 타결하면서 중국 어선들에게 금어기와 금지 체장 적용을 2019년 1월로 유예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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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새끼 고등어가 대량으로 위판되고 있는 모습. [사진 국립수산자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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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고등어를 잡는 대형 선망어선의 수를 줄이고, 양어용 사료로 고등어 대신 배합사료를 늘리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김중진 박사는 “양어용 사료를 배합사료로 바꾸면 대형 선망어선이 새끼 고등어를 잡을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며 “정부는 대형 선망어선 감척 예산을 확보해 현재 24개인 업체를 17개 정도까지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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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산 고등어와 국내산 고등어 비교 사진.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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