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해 5월부터 고등어 금지 체장 21㎝로 제한…“새끼 고등어 잡아도 된다” 면죄부 준 꼴
전문가들 “금지 체장 28㎝로 상향해야 자원 관리 효과 볼 수 있어”
대형선망수협 “한일어업협정 조속히 재개하고 중국 어선에도 우리도 똑같이 규제 적용해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새끼 고등어가 대량으로 위판되고 있는 모습. [사진 국립수산자원관리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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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동어시장 위판장에 고등어 10만 상자가 풀렸는데 이 가운데 6만 상자가 21㎝를 조금 넘긴 새끼 고등어였다. 28㎝ 이상의 고등어 한 상자는 10만원 넘게 팔렸지만, 새끼 고등어는 10분의 1 수준인 상자당 1만1000원에 팔렸다. 마일도 대형 선망수협 지도과장은 “지난해 7월부터 한·일 어업협정이 중단되면서 고등어 어획량의 30%를 차지하는 대마도를 갈 수 없게 됐다”며 “올해 고등어 어획고가 700억원 줄어들어 새끼 고등어라도 잡아야 인건비와 연료비를 충당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길이(체장)가 21㎝에 불과한 새끼 고등어는 상품 가치가 없어 양어용 사료나 참치 미끼용으로 판매한다. 식탁에 오르는 고등어는 최소 28㎝ 이상은 돼야 한다. 그래서 현재 국내산 고등어는 상당 부분이 사료용으로 전락했고, 식탁은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장악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새끼 고등어가 대량으로 위판되고 있는 모습. [사진 국립수산자원관리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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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산 고등어 어획량은 6만8147t이며, 같은 기간 노르웨이 고등어 수입량은 2만9607t에 달한다. 국내산 고등어의 절반가량이 양어용 사료로 소비되는 점을 고려하면 식탁에 오르는 고등어의 50%가 노르웨이산이다. 노르웨이 고등어 수입량은 2008년 4468t에서 2016년 3만8756t으로 9배로 늘ㄹ었다.
전문가들은 고등어를 잡을 수 없는 몸길이 기준(금지 체장)을 현행 21㎝에서 28㎝로 상향 조정해야 새끼 고등어를 남획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고등어 금지 체장 21㎝ 기준은 고등어 자원 관리에 아무런 효과가 없는 수치”라며 “고등어가 새끼(치어)를 지나 어른(성어)과 체형이 거의 유사해지는 미성어 길이인 28㎝까지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에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금지 체장 기준이 없는 고등어에 지난해 5월부터 규제 조항을 적용하려니 어민들의 반발이 컸다”며 “일단 제도를 도입한 뒤 차차 금지 체장 기준을 상향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형 선망어선 업계는 정부가 한·일 어업협정을 타결하고 중국 어선은 21㎝ 이하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현재의 한·중 어업 관련 협정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 과장은 “대마도에서 조업할 수 있도록 한·일 어업협정을 조속히 타결하고, 중국 어선들이 제주 해역에서 21㎝ 이하 고등어를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016년 말 한중어업협상을 타결하면서 중국 어선들에게 금어기와 금지 체장 적용을 2019년 1월로 유예해줬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새끼 고등어가 대량으로 위판되고 있는 모습. [사진 국립수산자원관리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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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노르웨이산 고등어와 국내산 고등어 비교 사진.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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