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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영하 날씨만 되면 꺼지는 아이폰…배터리 탓? 사용자 보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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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한파(寒波) 속에 아이폰 전원이 자꾸 꺼진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 한겨울 아이폰 사용자가 재난 상황에 빠질 경우 긴급 통신도 불가능해 애플의 사용자 보호 정책 마련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비즈

길에 쌓인 눈 위에 아이폰을 놓자 자동으로 전원이 꺼진 아이폰 모습. /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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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전자업계와 단말기(휴대전화) 수리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들이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 아이폰 ‘전원 꺼짐’ 현상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인 회사원 박모씨는 “아이폰을 네비게이션으로 켜고 오토바이 운전을 하는데 갑자기 아이폰 전원이 꺼져 당황했다”며 “길가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품속에 아이폰을 넣자 전원이 켜졌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씨도 “실외에서 주식 매도 주문을 아이폰으로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원이 꺼져 100만원 정도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팔았다”며 “그날 바로 아이폰을 팔고 다른 스마트폰을 샀다”고 말했다.

또다른 사용자인 대학생 송모씨는 “입사 면접을 보러 이동중 아이폰이 꺼져 밤새 준비한 예상 질의응답 리스트를 보지 못했다”면서 “중요한 날 시험을 망칠 뻔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아이폰 ‘전원 꺼짐’ 현상은 애플의 아이폰 배터리 보호 정책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폰 등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내장돼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의 화학반응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기기를 작동시킨다.

문제는 주변의 기온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내부 저항이 증가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방전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경우 액체 전해질이 얼면서 일시적으로 전기가 흐르지 않고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배터리 수명이 급격히 줄거나 오작동 가능성이 높아진다.

애플은 아이폰 전원 꺼짐 현상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지만, 관련업계는 애플이 아이폰 배터리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배터리 보호 기술’을 적용,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면 아이폰 전원이 저절로 꺼지도록 설계해 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아이폰6S의 전원꺼짐 현상으로 사용자의 불만이 폭주하자, 애플은 공식 홈페이지에 “날씨와 온도가 낮을 경우 그럴 수 있다”며 “사용자들은 0~35도 환경에서 아이폰을 사용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 시내 한 단말기 수리 업체 관계자도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거나 35도 이상의 온도에 노출될 경우 쉽게 방전되고 수명이 줄어든다”며 “아이폰이 극한의 환경에 놓일 경우 스스로 전원이 꺼지도록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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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겨울용 보온 케이스. / 옥션



하지만, 애플의 배터리 보호 정책에 대해 아이폰 사용자들은 “배터리 보호 이전에 사용자 보호가 먼저”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추운 겨울에 아이폰 사용자가 재난 상황에 빠질 경우 전원이 꺼지면 긴급 통신이 불가능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뽐뿌 등 휴대폰 커뮤니티에는 “영하의 날씨 등 극한의 환경일수록 스마트폰이 잘 작동돼야 위험한 상황에서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스마트폰 배터리 보호 이전에 사용자를 먼저 보호해 달라”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신현두 한국소비자협회 대표는 “애플이 아이폰 배터리 보호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편의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애플은 스마트폰에 FM 라디오 기능을 탑재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도 거절했다. 정부는 지난해 경주, 올해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사용자들이 재난 방송을 수신할 수 있도록 아이폰에도 FM 라디오 기능을 넣어달라고 요청했으나, 애플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재난 발생으로 통신망이 두절될 경우 FM 라디오를 통한 재난 정보 접근이 불가능해 애플의 사용자 보호 정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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