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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MBC 반성문’ 쓴 PD수첩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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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누리꾼들 “돌아온 피디수첩 보려고 오랜만에 채널 돌렸다”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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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방송된 <피디수첩>의 진행자로 나선 손정은 아나운서. MBC 영상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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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자 미래가 없다.”

12일 방송된 <문화방송>(MBC)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피디수첩> 진행과 내레이션을 맡은 손정은 아나운서는 자성의 목소리로 피디수첩의 복귀를 알렸다. 지난 7월18일 방송 이후 5개월 만에 돌아온 피디수첩은 ‘MBC 몰락, 7년의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처절하게 반성문을 써 내려갔다.

손 아나운서는 오프닝에서 “수많은 질책을 받았다. MBC에 대해 시민들이 얼마나 실망하고 화가 나셨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며 “어떻게 7년 만에 외면당하고 몰락할 수 있었을까. MBC가 겪은 7년간의 몰락 과정을 돌아보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밝혔다.

“촛불의 열기가 달아오르던 지난해 겨울, 민주화와 평화의 축제를 취재하기 위해 전 세계 언론이 광화문에 몰렸지만 MBC가 설 곳은 없었다”는 손정은 아나운서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 문화방송 7년의 몰락 과정은 참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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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방송된 <피디수첩> 방송 화면. MBC 영상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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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취재에 나선 MBC 기자들은 “어렵게 공부해서 그렇게 사느냐” “너네는 언론도 아니야”라는 시민의 지탄을 받았다. 시민의 극심한 반발에 광장 현장 중계에 나선 기자가 MBC의 로고를 뗀 마이크를 들고 뉴스를 전하기도 했다.

이날 피디수첩은 고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영상을 확보하고도 상부의 지시로 뉴스에 내보지 못한 사건을 고백했다. 또 세월호 참사 유가족으로부터 받은 제보 영상도 수뇌부 지시로 보도하지 못했음을 털어놨다. MBC 내부 구성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상부의 지시는 보도원칙에 어긋났다. 보도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상부의 지시를 어기면 징계나 인사보복이 이뤄졌다.

피디수첩은 또 국정원이 MBC 장악을 위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원문을 직접 공개했다. (▶관련 기사: 국정원 ‘방송장악 로드맵’ 그대로 실행됐다)

2010년 3월2일 작성돼 이틀 뒤인 4일에 파기할 것을 명시하고 있는 해당 문건은 피디수첩을 좌편향 프로그램으로 적시하고 손석희·김미화·성경섭 등 몇몇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교체를 요구했다. 문건은 피디수첩을 좌파 세력의 해방구, ‘MBC스페셜’을 친북 좌파 성향으로 규정하고 <시사매거진>은 편파방송을 주도했다고 적혀있다. 정권에 불리한 의제와 이슈를 다뤘다는 이유로 시사 프로그램이 퇴출 대상으로 명시됐고, 수뇌부는 문건대로 문화방송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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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피디수첩>에서 공개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원문. MBC 영상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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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은 아나운서는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허물어져 버린 MBC 7년 몰락사는 소중한 교훈을 남겼다. MBC의 존재는 권력자에게 인정받을 때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공정방송을 할 때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라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성하겠다. 국민을 위한 방송, 시민의 안전과 권리를 위한 방송,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방송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누리꾼들은 피디수첩 방송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돌아온 피디수첩 보려고 오랜만에 맥주 들고 MBC로 채널을 돌렸다”는 글을 올렸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MBC의 새로운 출발이 기대됩니다. 다시 예전의 좋은 방송으로 돌아오시기 바란다”(네이버 아이디 alal****), “나 원래 불타는청춘 보는데 간만에 피디수첩 보니까 너무 반갑다. 힘내라 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네이버 아이디 phan****)라며 격려를 보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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