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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자르지 않는 가위’ 유전자편집 기술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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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바이러스 운반체에 편집분자 나눠 실어 세포속으로

세포 안 후성유전학적 작동…꺼진 유전자 다시 켜

DNA 변형 없는 유전자 편집 활용 가능성 보여줘



한겨레

이 그림은 '유전자 발현 조절' 작용을 하는 후성유전물질인 메틸기가 디엔에이 가닥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후성유전물질은 염기서열이 같은 디엔에이에서도 유전자 발현을 다르게 하는 조절 작용을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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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유전체공학 기법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등장한 지 5년 동안에, 기존의 유전자 가위를 응용하는 새로운 기법의 출현도 이어지고 있다. 디엔에이(DNA) 두 가닥을 자르지 않고서 한 가닥만을 살짝 잘라 디엔에이의 특정 염기쌍 하나만을 바꾸는 ‘염기편집’ 기법이 등장해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엔 디엔에이 염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해당 유전자의 활성을 켜거나 끌 수 있는 후성유전학적 유전자 편집 기법이 최근 선보였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은 디엔에이 염기서열 정보에 변화가 없더라도 디엔에이 가닥에 달라붙는 후성유전물질의 고유한 조절 작용으로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는 유전학의 연구 분야를 말한다. 이번 연구에선 절단 기능을 없앤 유전자 가위 분자에다 후성유전학 작용을 하는 분자를 붙여 꺼져 있던 특정 유전자의 스위치를 다시 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란? : scienceon.hani.co.kr/416242

▷ 후성유전학은? : scienceon.hani.co.kr/29139

▷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최신 동향 자료 http://bit.ly/2yhA1JB

미국 솔크연구소 유전자발현실험실의 연구진은 최근 이런 후성유전학적 유전자 편집 기법을 개발해 당뇨병, 급성신장질환, 근위축증의 증세를 호전시킬 가능성을 쥐 실험에서 보여주었다. 이 연구결과는 생물학저널 <셀(Cell)>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논문 저자들은 “지금의 게놈편집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디엔에이 두 가닥을 절단하는 데 의존하며, 이 때문에 디엔에이 두 가닥 절단으로 의도하지 않은 변이가 생겨 해로운 효과를 낳을 수 있기에 임상치료 적용엔 한계가 있었다”며 후성유전학적 변형 기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연구진이 밝혔듯이 새로운 기법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개념입증(proof of concept)’ 단계의 동물실험에서 나온 것이라, 실제 후성유전학 치료술로 검증되기엔 더 많은 후속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이번 연구에서 독특한 점은 연구진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복합 분자로 쓰이는 두 분자를 두 뭉텅이로 나누어 세포 안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표적이 되는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담아 그 ’주소지’인 표적 지점을 찾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안내자 아르엔에이(gRNA)’ 분자, 그리고 표적 유전자 지점에 달라붙지만 이번엔 절단 기능을 없앤 ‘카스9’ 변형 분자를 운반체인 일종의 아데노바이러스(AAV)에 각각 실어 실험동물의 세포 안에 넣었다. 여기엔 표적 유전자 지점에서 해당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해 후성유전학적 유전자 작동을 일으키는 또 다른 작은 분자(전사활성화분자)를 함께 실었다.

아래는 솔크연구소가 홍보용으로 공개한 동영상이다. 동영상에서 두 연구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작동에 흔히 쓰이는 가이드 아르엔에이 분자와 변형된 카스9 분자에다 표적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는 분자들을 이 연구에서 함께 사용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분자들의 전체 몸집은 매우 크기에 두 세트로 나누어 운반체인 아데노바이러스 2쌍에 각각 따로 실어 세포 안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필요한 작동 요소들을 나누어 보내어, 약속된 표적 유전자 지점에서 함께 작동하도록 한 것이다.


https://youtu.be/zhS0CZprpaA

솔크연구소 보도자료를 보면,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 변형 분자들이 표적 지점을 찾아가 달라붙은 뒤에 디엔에이에 변형을 일으키지는 않으면서도 후성유전학적 작용을 함으로써 거의 기능을 잃어버린 표적 유전자의 활성을 다시 일으킬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질병 치료에 필요한 유전자를 활성화함으로써 간 세포에서 인슐린 생산을 촉진할 수 있었으며, 당뇨병이나 근위축증에 의해 기능이 꺼진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되살려 질병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디엔에이 두 가닥을 자르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법이나 한 가닥만을 살짝 자르는 염기편집 기법과는 달리 디엔에이에 전혀 변형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표적이 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후성유전학적인 기법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크리스퍼/카스9의 활용 범위를 넓혀주는 기법으로서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섣부르다.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이 보도했듯이 “이 연구는 인상적인 기술적 업적이긴 하지만 임상 연구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기술의 정교화와 안전성 검증을 폭넓게 거쳐야 한다.”



논문 개요 (번역)

지금의 유전체편집(genome-editing)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디엔에이 이중가닥 절단(DSB)을 일으키는 것에 의존한다. DSB에 의한 의도하지 않은 변이가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그 유용성은 임상치료에서 제한될 수 있다. 최근에는 크리스퍼/카스9(CRISPR /Cas9) 시스템이 표적 유전자를 활성화하면서도, DSB를 일으키지 않은 채 내인성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이 연구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형질 획득(gain-of-function) 시스팀을 생체내에서 구현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명되어 왔다. 여기에서 우리 연구진은 후성유전학적 변형의 리모델링을 통해 내인성 표적 유전자의 생체내 활성화를 이룰 만한 견고한 시스템을 보고한다. 이 시스템은 변형된 단일 가이드 아르엔에이(sgRNA)에 의한 표적 유전자 지점에다 카스9 분자와 전사 활성화 복합체를 전달하는 것에 의존한다. [기술적 타당성을 보여주는] ‘개념 증명’으로서 우리는 이 기술을 당뇨병, 근위축증, 급성신장질환의 모델동물인 마우스의 치료에 사용했다. 그 결과는 크리스퍼/카스9이 매개하는 표적 유전자 활성화가 생체내에서 이뤄질 수 있으며, 이로써 질병 증상에 대한 측정 가능한 표현형과 개선 효과가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결과는 인간 질병에 대한 표적화한 후성유전 질환 치료법의 개발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Cell (2017). DOI: http://dx.doi.org/10.1016/j.cell.2017.10.025〕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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