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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6관왕' 나문희가 주는 '행복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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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할머니 친구들, 나 상받았슈". 나문희는 '이제 그만 내려놓을까 포기할까' 망설이던 70대 후반의 황혼기에 연기인생을 꽃피웠다. /더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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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강일홍 기자] "마음을 비우고 와야지 생각을 했는데 또 이렇게 되니까 욕심이 많이 생겼다. 동료들도 많이 가고 저는 남아서 이렇게 좋은 상을 받는데, 이렇게 늙은 나문희에게 큰 상을 주신 청룡영화상 주최 측에 너무 감사드린다. 나의 친구 할머니들, 제가 이렇게 상을 받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 상을 받으시길 바란다."(제38회 청룡영화상 수상소감 중에서)

조연 단골 나문희가 진가를 발휘한 건 연기자로 출발한 지 20년 만인 1995년이다.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에서 이북 사투리를 쓰는 억척스러운 할머니를 연기하면서다. 당시 나문희의 이북 사투리 연기는 대한민국 시청자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이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장밋빛 인생' '소문난 칠공주'와 영화 '주먹이 운다' 등 브라운관-스크린에서 승승장구한다.

이후 '호박고구마' 유행어를 만든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년)을 기점으로,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2007), '하모니' '육혈포강도단'(2010), '수상한 그녀'(2014), 그리고 윤여정 등과 연기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2016)에서 불꽃을 피운다. 손자 손녀 재롱이나 보며 살 나이인 60대 후반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20~30대에 못다 핀 꽃을 활짝 피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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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희가 '아이캔스피크'에서 보여준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위한 미국 하원 연설은 관객들에게도 가슴 찡한 명장면으로 남았다. /영화 '아이캔스피크'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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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이캔스피크', 배우 나문희 필모그래피 수놓은 최고 인생작

나문희는 일제강점기에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해방이 되던 해인 5살 때 부모님이 귀국하면서 유·청소년기를 수원에서 보냈다. 당시 수원 부잣집으로 알려질 만큼 유복했고, 예술인의 끼는 어려서부터 집안의 영향을 받는다. 나문희의 고모할머니는 대한민국 최초의 서양화가 나혜석이다. 스무살 때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뒤 이듬해 MBC 1기 공채 성우로 데뷔한다.

이후 한동안 성우로 활동하지만 연기에 대한 꿈과 갈망을 포기하지 못하고 결국 성우에서 탤런트로 전직한다. 1975년 국내 최초 옴니버스 일일드라마 '여고 동창생'에 첫 출연하게 된다. 시작부터 그는 엄마, 다방 마담, 술집 여주인 등 빛이 나지 않는 조·단역을 도맡다시피 했다. 나문희가 수많은 역할을 소화하고도 오랜 기간 배우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이유다.

올해 그가 연기한 영화 '아이캔스피크'는 나문희 배우 필모그래피의 최고 인생작이 됐다. 구청에 잦은 민원 제기로 구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도깨비 할매'로 불리는 옥분 역은 나문희 단골 트레이드마크처럼 익숙한 캐릭터다. 나문희는 여기에 '위안부'라는 민감한 역사적 소재를 자신만의 연기방식으로 멋지게 풀어낸다. 56년 연기인생이 고스란히 스며든 결과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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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희는 올해 서울어워즈, 영평상, 청룡상, 디렉터스컷,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여성영화인상 등 6관왕에 올랐다. /영화 '아이캔스피크'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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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젊은 여배우들과 당당히 겨뤄 평가, "그래서 더 값지고 소중해"

'나문희표'는 시종 밝고 유쾌한 톤으로 흘러가다 어느 순간 찡한 감동을 안겨주면서 관객들을 울린다. 일본군 '위안부'에 강제로 끌려갔던 아픔을 겪은 나옥분은 하나뿐인 남동생에게조차 그 사실을 숨기며 살아간다. 결국 미국 하원에서의 생존자 증언을 위해 영어 연설을 하기로 결심하고,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위한 연설은 관객들에게도 가슴 찡한 명장면으로 남는다.

덕분에 서울어워즈, 영평상, 청룡상, 디렉터스컷,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여성영화인상 등 여우 주연 6관왕에 올랐다.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을 주관한 후보선정위원회는 "촬영 전날 준비를 모두 마쳐야 마음이 편하다고 하는 그녀의 노력과 아직 카메라 앞에 서면 욕심이 난다는 연기 열정에 후배들의 존경을 더해 2017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수여한다"고 평가했다.

연기자에게는 관객이나 시청자의 호의적 평가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만족이 먼저다. 자신한테 만족해야 외부평가도 값지고 소중한 법이다. 더구나 나문희는 '이제 그만 내려놓을까 포기할까' 망설이던 70대 후반의 황혼기에 연기인생을 꽃피웠다. 20대 젊은 여배우들과 당당히 겨뤄 평가를 받고보니 그에게 상은 더 값지고 소중하다. 이래저래 올 연말 나문희는 행복하다. 보는 후배들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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