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中 '반부패'운동 여파?…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에 변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희귀·대형 좋아하던 중국인, 작고 낮은 등급 선호로 변화

고가품은 고가품 대로 신기록 갱신… 수요 겹치는 낮은 등급 제품도 오름세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세계 보석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대표 보석인 다이아몬드 시장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희귀 다이아몬드와 대형 다이아몬드에 투자 자금이 몰리면서 최고가 기록이 잇따라 갱신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일본인 등이 즐겨 찾는 적당한 가격대의 다이아몬드에 그간 큰 다이아몬드 또는 희귀 다이아몬드를 선호하던 중국인의 수요가 겹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다이아몬드 시장의 이런 변화는 주요 소비국인 중국의 완만한 경기둔화와 함께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패추방 캠페인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2일 전했다.

연합뉴스

소더비 경매 나온 110캐럿 둥근 다이아 반지
(뉴욕 EPA=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경매회사 소더비의 언론 사전 공개 행사에서 110.92캐럿의 둥근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반지가 공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이아몬드가 자산가치를 가지려면 3캐럿(1캐럿은 0.2g) 이상은 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귀한 짙은 핑크색 다이아몬드는 0.015캐럿짜리도 20만 엔(약 192만 원)~25만 엔(약 240만 원)을 호가한다. 10년 전의 2배 가격이다. 일본 국내 최대 경매업체인 마이니치(每日)경매가 지난 7월 주최한 경매에는 2.27캐럿짜리 블루 다이아몬드가 출품됐다. 경매장에 나온 남성 고객과 해외에서 전화로 참가한 낙찰희망자가 마지막까지 경합한 끝에 2억2천500만 엔(약 21억6천200만 원)에 최종 낙찰됐다. 이날 낙찰가는 일본 국내에서 판매된 보석으로는 최고 가격이다.

왕성한 고액 다이아몬드 수요에 대해 보석을 취급하는 스와(諏訪)무역의 하라다 노부유키 이사는 "세계적인 금융완화 상태가 계속되면서 여유 자금이 다이아몬드에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물론 투자 자금의 흐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도쿄도(東京都) 내의 보석수입회사 관계자들은 "중국시장의 판매 양상이 바뀌는 바람에 물건 구입이 어려워졌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2014~15년에 걸친 호경기를 배경을 보석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특히 혼수 시장의 경우 0.3~0.5 캐럿 이상이 주류였다.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무게뿐만 아니라 색상과 투명도에 따라 달라진다. 무색에 가깝고 내부에 불순물이나 흠이 적을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당시 중국에서는 무색에 가장 가까운 D컬러, 불순물이 가장 적은 FLAWLESS나 IF가 잘 팔렸다.

반면 일본에서는 전부터 0.15~0.25캐럿으로 알이 작고 색은 F나 G컬러, 투명도는 VVS1이나 VVS2 정도로 등급이 다소 낮은 대신 가격이 적당한 다이아몬드가 인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인들도 이런 정도의 "가격이 다소 낮은 제품을 선호한다"(도쿄도내 보석상사 관계자)고 한다. 수요가 몰리다 보니 알이 작은 다이아몬드의 표준품격인 0.2캐럿(등급 SI 이상)이 1캐럿 환산으로 6만 엔~8만 엔으로 최근 1년간 10% 정도 가격이 올랐다.

중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저가품을 선호하게 된 이유가 중국의 완만한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정체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반부패운동으로 사정활동이 강화되면서 뇌물과 선물용 다이아몬드 수요가 줄어든 것도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고가의 다이아몬드에서 상대적으로 싼 보석으로 수요가 옮아가는 바람에 그동안 일본인이 주로 구입하던 시장에 중국인 바이어가 끼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보석가공업체인 구와야마(桑山) 관계자는 "인도에 물건을 사러 가 보면 전에는 단가가 훨씬 비싼 다이아몬드를 사던 바이어와 경쟁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다이아몬드 가격 목록으로 유명한 미국 다이아몬드 전문지 라파포트도 중간급의 캐럿 수에서 색상과 투명도의 등급이 높은 다이아몬드 가격을 낮추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라파포트가 제시하는 가격은 세계 보석바이어가 구입가격 결정에 참고자료로 삼을 만큼 시장 상황을 잘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캠페인이 초저금리 정책과 같은 거시정책 이외의 새로운 변수로 내년에도 세계 보석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