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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정치팬덤에게 버림받은 보수…인물도 정책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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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보수의 몰락-②버림받은 보수(下)]

머니투데이

현재 '보수의 몰락'은 보수 '팬덤'의 몰락으로 입증된다. 강력한 정치팬덤 속에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더 강한 팬덤을 든든한 후원자로 둔다. 반면 보수 야권의 팬덤은 조용하다. 보수 진영 정치 팬덤의 본류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탄핵 후 치명타를 입은 뒤 보수의 새로운 '스타'도, '정책'도 실종되며 나타난 결과다.

◇보수 팬덤 '반사모'와 '황대만'은 지금 = 지난 19대 대선 과정에선 문재인의 '문팬', 이재명의 '손가혁'(손가락 혁명군), 안희정의 '아나요'(안희정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나눠요) 등 쟁쟁한 정치 팬클럽이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 보수진영에도 팬덤이 있었다.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높아 화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반기문의 '반사모' '반딧불이', 황교안의 '황대만'(황교안 대통령 만들기), 유승민의 '유심초' 등이 보수의 자존심을 세웠다.

7개월이 지난 현재 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취재 결과 보수 진영 팬덤의 형태만 유지될 뿐 실질적 활동은 없는 '휴면상태'였다. '황대만'의 우성제 간사는 "페이스북 클럽 활동 등을 계속 하고 있지만 신(新) 정부 분위기가 너무 강하고 보수의 영향력이 너무 미흡해 특별히 나설 만한 이슈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황교안 전 총리)도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 활동이 거의 소강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부는 태극기집회를 병행하기도 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마음을 갑자기 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홍준표를 강하게 지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판이 일단 끝나야 마음의 부담을 덜고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정치를 사실상 접은 가운데 '반사모'는 최근 '세계기후 환경센터 전국대회' 출범식을 열고 사실상 모임의 성격을 전환했다.

◇보수의 '인물'을 찾는게 먼저 = 현대 정치는 시민 개개인의 자발적인 참여와 선택을 촉구하고 이러한 활동에 따른 만족감과 효능감을 자극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런 흐르 속 '팬덤'은 무시할 수 없는 함의를 갖는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행위는 이제 일상 전체에 파고든 취미, 습관, 놀이이자 소속감을 느끼는 커뮤니티다.

이런 관점에서 보수 '팬덤'의 정체는 단순히 시류를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는 '뒤떨어진 유행'의 문제가 아니다. 그 자체로 보수 위기의 증거다. 열렬히 지지할 스타 정치인도, 정책도 없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정치팬덤 연구자인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정치팬덤 형성 메커니즘으로는 첫째 정치인 개인의 스타성과 리더십, 둘째 시대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만드는 능력이 있는데 현재 야권은 인물과 정책 두 가지가 모두 부재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보수의 정책 선점능력은 정부여당뿐 아니라 과거 박근혜·이명박 정부에도 뒤지는 형편이다. 송 교수는 "과거 보수 정치인들의 경우 논란은 됐을지언정 4대강, 행정수도 이전, 노령연금 등 아젠다를 제시하고 열혈 지지층에게 이야기할 거리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야권 정치인들은 기본적으로 보수만의 정책 없이 현 정부 반대만 내놓고 있다"며 "온라인에선 이슈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한데 보수 성향 지지자들이 모이고 결합할 의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보수 정치인의 부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른바 '큰 정치인'들의 시대가 종말을 맞자 보수의 대가 끊긴 모양새다. '1인 보스정치'가 이어진 긴 세월 동안 보수 정권과 정당은 젊은 인재를 적극 발굴하고 키우기보다 견제하고 쳐내기에 집중했다. 그 결과 '박근혜'라는 역대급 '스타'를 대체할 만한 '뉴페이스'가 없다. 이에따라 보수진영은 '태극기부대' 등 회고적 형태의 팬덤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종결되면 태극기부대마저 갈 곳을 잃을 것이란 분석이다.

송 교수는 "과거 남경필, 원희룡, 유승민 등 젊은층이 지지할 만한 요소를 지닌 보수 정치신인들이 두각을 나타냈는데 사당화된 정당에서 견제당하느라 크지를 못했다"며 "현재 자유한국당이 거의 60~70대 정당이 돼버렸는데, 세대교체가 필요한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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