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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월드 이슈] 몬트리올 경찰들이 '호피무늬 래깅스' 입은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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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4년째 합법시위…올해 타결해 더 못볼듯

캐나다 몬트리올 여행시 호피무늬 래깅스나 핫핑크 등 형형색색의 카고바지를 입은 경찰들이 최근 몇년간 목격됐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군 이런 풍경을 접하고 신기하다거나 경찰이 패션감각이 있다고 여겼을법하다. 하지만 범인을 때려잡아야할 경찰이 너무나 예쁜 바지와 래깅스를 입은 것은 합법적 시위를 위한 것이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 8일(현지시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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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된, 형형색색의 카고바지와 호피무늬 래깅스 등을 입은 몬트리올 경찰들의 사진. 몬트리올 경찰의 카고 바지 시위는 연금 개혁안이 공개된 2014년 7월부터 시작됐고, 최근 임금 인상안 타결 등으로 사실상 종결됐다.트위터·페이스북 캡처


몬트리올 경찰청(SPVM) 소속 4600여명의 강력 경찰이 형형색색의 카고 바지를 입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몬트리올시는 재정 바닥을 이유로 강력 경찰 등 공무원 임금을 동결하고, 연금을 삭감하기로 했다.

캐나다는 공무원의 불법 파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에 경찰들은 시 정책에 저항하는 의미로 근엄한 색상의 경찰 정복을 벗고 호피무늬 래깅스와 핫핑크나 무지개색 카고바지 등을 입기 시작했다. 몬트리올로 놀러온 여행객들은 이런 경찰을 보고 기념사진을 청했고, 여러 SNS에 관련 사진이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복장 탓에 경찰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내부 반성도 있었다. 실제 지난해 7월 한 운전자가 난폭 운전으로 법원에서 1293캐나다달러(약 110만원)의 벌금에 처해졌는데, 해당 운전자는 “나를 멈춰세우려 한 여성이 얼룩무늬 카고바지를 입고 있어서 경찰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하면서 복장 문제가 내부에서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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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상 근무시에는 경찰 복장을 착용하는 것을 의무화한 시 법안이 지난 4월 통과됐고, 지난 10월 발효됐다. 법 발효에 앞선 지난 6월에는, 시와 경찰 조합이 ‘카고바지 시위’를 사실상 종결하기로 합의했다.

이 깜찍한 시위의 배경은 역시 돈 때문이다. 드니 코데르 몬트리올 전 시장이 2014년 추진한 연금 정책으로 경찰은 평균 연봉의 10%가량인 6000캐나다달러를 더 부담하게 되자 합법 시위에 나섰다. 경찰 조합은 해당 연금안에 사인하는 것을 거부하고 ‘협상할 자유’(libre négo)라고 적힌 스티커를 경찰차와 버스, 건물 벽 등에 붙였고, 경찰들은 우스꽝스러운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2년이 그렇게 흘렀다.

경찰 조합은 지난 5월17일 몬트리올시 탄생 375주년 기념식 행사에서도 호각과 호른을 불고, 플래시를 켜대며 3950만캐나다달러를 쏟아부은 불꽃놀이를 훼방놨다. 지난 6월부터 몬트리올시가 협상에 적극 나서자, 경찰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정복을 입을 것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퇴임한 코데르 전 시장은 마지막 업적으로 경찰 연봉을 향후 7년간 20.75%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새 연금정책에 따른 추가 부담분에 대한 보상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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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몬트리올의 첫 여성 시장에 당선된 발레리 플랑트 시장 체제에서 추진될 이번 인상안은 의회 통과 등의 절차가 남았다. 결과가 어찌됐든 앞으로 몬트리올에서 패션스타 뺨치는 경찰들을 보기는 힘들 전망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경찰 조합이 합의한 133법안에 따르면 경찰들이 또다시 카고바지를 입을 경우 하루 500∼3000캐나다달러의 벌금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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