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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靑은 해도 廳은 못하는…연차 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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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연차 소진 독려하지만, 경찰 "자리 비우면 누가 대신하나" '인력부족'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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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근무 중인 경찰의 모습/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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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올해 안에 연차를 다 쓴다고요? 우리한테는 그림의 떡이죠."

서울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A 경위는 뉴스를 보다가 한숨이 나왔다. A씨 가족들은 경찰관으로 일하는 남편, 아빠를 둔 이유로 제대로 휴가 한 번 가지 못해 늘 불만이다. 경찰 생활 대부분을 형사로 보낸 A씨는 "집안에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휴가를 가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경찰 본청과 지방청 등을 중심으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업무혁신' 추진계획을 시행하고 있지만 일선 경찰서, 지구대, 파출소 등 치안현장에 있는 경찰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로 느껴진다.

새 정부 들어 경찰청은 정시 출·퇴근의 날을 도입하고 정부업무평가에 초과근무 감축 실적을 반영하는 등 구체적인 안도 내놨다. 간부급을 중심으로 70% 이상 연차를 소진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강조하면서 연차 소진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경찰관들은 아직은 말단 경찰까지 연차를 제대로 쓰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경찰서 교통조사계에서 일하는 B 조사관은 사고와 범죄가 연일 터지는데 대책 없이 업무환경을 개선하라는 지침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업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민원인 등 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B 조사관은 "(새 정부의 일과 가정 양립 기조로) 경찰 내부에서도 초과근무를 못 하게 하는 분위기인데 문제는 계속 일이 쌓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일을 두고 퇴근하면 결국 그 일이 쌓여 더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전체 경찰의 평균 연차 소진은 9.7일에 그쳤다. 주요 정부부처와 기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현장 치안 인력이 수요보다 부족하고 또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이유가 가장 크다. B 조사관이 일하는 부서만 해도 사흘에 한 번씩 24시간 근무하는 팀원이 3명뿐이다. 한 명이 휴가를 쓰면 남은 두 명이 24시간 근무를 격일로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부 지구대에서는 순찰 인력이 부족해 멀쩡한 순찰차가 어쩔 수 없이 쉬는 경우도 있다. 전날 야간근무를 했던 경찰관이 바로 다음날 다시 야간근무에 투입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순찰이 줄고 경찰관의 피로가 누적되는 이런 상황은 모두 부실한 치안 환경으로 직결되는 문제들이다.

한 지구대 팀장은 최근 이국종 아주대 중증외상센터장의 '예산이 나와도 가져가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발언을 언급하면서 경찰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인력, 예산 등 모든 지원이 파출소, 지구대까지 제대로 내려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인력이 주로 지구대와 파출소 등 치안 현장에 집중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또 다른 지구대 팀장은 "누군가 휴가를 가도 업무가 정상운영 되려면 인력 증원은 필수"라고 말했다.

물론 경찰관 근무환경도 서서히 변하고는 있다. 경력 20년 이상 고참 경찰관들은 과거 시간외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24시간 근무를 밥 먹듯 하던 때에 비하면 좋아졌다고들 말한다. 내근 부서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휴가를 쓰는 분위기도 점차 퍼지고 있다.

내년 경찰 공무원 증원 계획으로 상황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최근 국회는 내년 경찰 증원규모(2593명)를 발표했다.

진달래 기자 aza@,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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