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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용인참사 타워크레인, 계획서와 다른 기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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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 ‘안전관리계획서’엔 통상 기종

실제론 전문기술자 필요한 대형 써

변경 내용, 인허가 기관엔 통보 안해

전문가 “엄격 관리해야 하는 기종”



한겨레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용인동부경찰서, 고용노동부, 용인시청 등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의 동원물류센터 신축공사장에서 전날 일어난 타워크레인 사고의 합동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용인/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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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 동원물류 고매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은 애초 ‘안전관리계획서’에 기재된 크레인과 다른 기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계획서에는 소규모 타워크레인을 설치하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형 타워크레인을 설치해 작업하다 7명의 사상자가 나온 셈이다.

12일 <한겨레>가 입수한 ‘동원물류 고매 농수산종합유통센터 신축공사 안전관리계획서’를 보면, 최초 시공사인 ㈜유토플렉스산업개발은 지난해 9월 공사 현장 장비 사양서에 ‘290HC’라는 타워크레인 2대를 설치·운용한다고 계획했다. 그다음 달 한국시설안전공단으로부터 안전관리계획서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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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용인 농수산물유통센터 시공사가 타워크레인 설치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에 낸 안전관리계획서 일부. <한겨레> 취재 결과, 시공사가 낸 계획서의 타워크레인 설치 기종은 290HC라고 보고돼 있으나, 실제 사고 현장에 설치·운영된 타워크레인은 이와 전혀 다른 기종인 MD1100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종은 원전 등 대형 플랜트 현장에 쓰이는 것으로, 다루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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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공사는 두달 뒤인 12월 대림종합건설로 바뀌었다. 그 뒤 ㅅ기업이 하청을 받아 안전관리계획서와 달리, 이번에 사고가 난 ‘MD1100’ 기종 1대를 설치했다. 290HC 기종은 주로 아파트 건설이나 물류창고를 지을 때 쓰는 것으로 최대 12톤의 양중 능력(들어 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을 갖추고 있지만, MD1100 기종은 원전 건설이나 조선소에 쓰이는 것으로 290HC 기종에 견줘 세배가 넘는 최대 40톤의 양중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MD1100 기종은 국내에 등록된 타워크레인 6074대 가운데 5대밖에 없는 기종이어서 설치·해체 작업 전문기술자가 부족한 형편이다. 또 이 기종은 290HC 기종보다 한 달 임대료가 두 배 이상 비싸다.

이에 따라 타워크레인 하청을 받은 ㅅ기업이 MD1100 기종을 설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ㅅ기업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타워크레인 7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돼 있다. 굳이 ㅊ건설 소유의 특이 기종을 선택해 설치·운영했는지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한 타워크레인 전문가는 “사고 크레인은 원전 등 대형 플랜트 사업장에서 주로 쓰는 기종이고 희소성 때문에 전문기술자가 필요하다. 안전과 작업수칙도 그만큼 엄격하게 관리돼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 490억원 규모의 건설현장에 이런 대형 크레인을 동원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전관리계획서를 평가하는 기관인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실제 착공 과정에서 타워크레인 양중계획이 현장 사정이나 임대 조건 등에 따라 심의 통과된 안전관리계획서와 달라질 수 있다. 이럴 경우 변경된 내용을 안전관리계획에 반영해야 하고, 인허가 기관에도 통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은 “건설사업자는 공사 착공 이전에 공단에 유해·위험 방지계획서를 미리 제출해야 한다. 건설기계나 작업 변경으로 안전계획이 변경되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라 유해·위험 방지 계획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사업장에서 크레인 변경 내용에 대한 현장점검과 신고가 이뤄졌는지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건축 인허가 기관인 용인시에는 변경 내용이 통보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는 기종을 변경 설치한 이유와 해명을 듣기 위해 시공사인 대림종합건설과 크레인 설치·운영업체인 ㅅ기업에 수차례 전화 접촉을 시도했으나, 두 회사는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용인/이정하 김기성 기자, 조일준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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