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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안판다 vs 안산다"…주택시장 불확실성에 '샅바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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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자·매수자, 과열 억제책·10년 주기설 등 치열한 눈치작전 ]

머니투데이

/자료=부동산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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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30대 A씨는 최근 서울에서 아파트 1채를 매입하려다 전세로 방향을 틀었다. A씨는 "지난 몇 달 간 수십 곳의 아파트 단지 매물을 살펴보다 내 집 마련을 미루기로 마음을 바꿨다"며 "당장 내년부터 집값이 떨어질지 모르는데 지금 사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5억원 안팎의 아파트 전세에 신혼집을 꾸렸다.

최근 주택 수요자들이 내년 집값 하락을 우려해 내집 마련을 미루는 분위기다. 대출 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 등 시장 환경 악화에도 주택 보유자들이 매도 호가를 좀처럼 낮추지 않아 매수자들이 선뜻 거래에 나서지 못하면서 '거래절벽'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으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강도 높은 규제책이 하나 둘씩 현실화하면서 집값 상승세가 내년부터는 한 풀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대책 이후에도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내집 마련을 모색했던 수요자들이 주택 매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동산114가 지난달 6~24일 전국 721명을 대상으로 '2018년 상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7.28%는 내년 상반기 주택 매매가격을 보합으로 전망했다. 집값 하락(23.99%)을 예상한 비율이 뒤를 이었다. 하락을 예상하는 이유로는 △대출 규제 및 금리 상승 △입주 등 주택 공급과잉 △정부의 각종 규제 정책 등이 꼽혔다.

'부동산 위기 10년 주기설' 등 과거 경험에 기반한 우려도 매수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등 10년 안팎을 주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접어든다는 것.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세계경제 침체 가능성 등으로 이 같은 위기가 내년 이후 또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글들이 드물지 않게 올라온다.

전문가들도 내년 시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10년 주기설처럼 시장 흐름이 일정한 공식에 따라 도식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입주 물량 증가나 단기 가격 상승이 시장에 부담을 안기는 측면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내년 1월부터 분양권 전매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는 등 규제가 보다 강해지기 때문에 시중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 보유자들은 내년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당장 매도에 나서진 않겠다는 분위기다. 초기 투자금 등을 고려해 매도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한 재건축 추진 단지 주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지금 시세가 어느 선인지 묻기만 하는 소유자들이 많다"며 "이 곳은 다주택자들이 포진한 단지이기 때문에 내년 4월 시행되는 양도세 중과를 의식해 손익을 저울질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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