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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국내 톱 IT기업들 'AI개발 사령탑'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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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대표적인 IT(정보기술) 기업들이 AI(인공지능) 조직을 잇달아 신설·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서 인터넷 기업 네이버·카카오, 게임업체 넥슨까지 AI 기술 개발과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구축에 나서고 있다. AI 관련 조직을 CEO(최고경영자) 직속으로 배치해 힘을 실어주고, 단순히 해외 기술을 도입해 한국어판(版)으로 만들던 것에서 독자 기술 개발로 고도화하고 있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년 전 디지털 기술로 전환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사라졌듯이, 이번에는 AI 기술이 기업 간 승부를 가를 것"이라며 "기업 사이에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마다 필수가 된 AI 조직

SK텔레콤은 지난 7일 단행한 조직 개편에서 AI리서치센터를 신설했다. SK텔레콤은 기존 7개 부문과 단·실·센터로 구분돼 있던 조직을 4개 사업부 중심으로 슬림화하는 가운데서도 AI 선행 연구를 맡는 리서치센터를 새로 만든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올 3월 박정호 사장 직속으로 AI사업단을 만든 데 이어 AI 연구개발에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센터장은 외부에서 영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I리서치센터에는 기존 AI 조직 'T브레인'을 이끌던 미국 MIT 출신 31세 최연소 임원 김지원 상무도 합류했다.

LG유플러스는 올 들어 인력을 두 배로 늘린 AI서비스사업부를 이달 들어 권영수 부회장 직속 AI사업부로 확대 개편했다. 권 부회장은 이달 1일 CEO 메시지를 통해 "2018년은 AI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제는 승부를 걸고, 확실하게 승기를 잡아야 할 때"라고 각오를 다졌다. KT도 이달 8일 AI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이동면 융합기술원장과 이필재 기가지니사업단장을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AI 사업에 중량감을 더했다.

조선비즈

네이버의 AI 자회사인 네이버랩스 연구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본사 사옥 도서관에서 자율주행 로봇 M1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폰·IoT(사물인터넷) 중심으로 AI 사업을 확대해온 삼성·LG전자도 연말 조직 개편에서 조직을 재정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AI센터를 서울 우면동 서울R&D캠퍼스에 설치하고 AI 연구·개발 관련 조직을 총집결시켰다. 지난달 말에는 국내 스타트업(초기 벤처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AI 스타트업 플런티를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 6월 별도 조직 개편을 통해 AI 연구소를 신설한 LG전자는 지난달 말 CEO 조성진 부회장 직속으로 AI와 IoT를 담당하는 융복합사업개발센터를 새로 만들고, 올해 영입한 하만 출신 소프트웨어 전문가 박일평 부사장을 사장 승진과 함께 CTO(최고기술책임자)에 선임했다.

인터넷·게임업계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넥슨은 지난 8일 AI·빅데이터·머신러닝(기계학습)을 다루는 분석본부의 명칭을 '넥슨 인텔리전스랩스'로 바꾸고 내년까지 지금의 5배 수준인 300명으로 인력 규모를 늘린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6월 세계적인 AI 연구소인 프랑스 제록스리서치유럽을 인수해 핵심 인력 80여명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국내 AI 스타트업 세 곳에 투자했다. 카카오도 이달 초 AI 인재 확보를 위해 석·박사급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해외 학계·기업 협력 기대

글로벌 기업들도 AI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구글은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와 비밀 연구소 구글X가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올 9월 네 번째 글로벌 AI 연구소를 캐나다 몬트리올에 세웠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해 9월 과학자와 엔지니어 5000여명으로 구성된 'MS AI·리서치그룹' 창설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올 7월에는 'MS연구소 AI'를 새로 만들었다.

출발이 늦은 국내 기업들의 경우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해외 학계·기업과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전자공학)는 "아마존과 구글이 자신들의 AI 프로그램을 무료로 공개해 우군을 확보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AI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며 "IT 기업들의 AI 조직이 회사 안팎과 유기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joyj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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