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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중국 LCD의 역습… 한국 디스플레이가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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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함께 한국 부품 산업을 이끌어온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올 들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8%를 차지하며 스마트폰·스마트폰 부품(3.9%), 가전(1.6%)보다 국내 수출 비중이 높다.

하지만 최근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급락하며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생산량을 대폭 늘리며 공세를 벌이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들의 핵심 성장 동력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시장에도 중국과 일본에서 경쟁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일본 업체들이 디스플레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한국의 기술적 우위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OLED 생산 비중을 더 늘리고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LCD 패널 가격 폭락에 실적 타격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부진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한 LCD 패널의 가격 폭락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6월 221달러였던 55인치 LCD 패널 가격은 9월 193달러로 떨어졌고 현재는 18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LCD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 상태인데 중국 업체들이 계속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BOE를 비롯해 차이나스타, 대만 폭스콘 등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 7개의 LCD 공장을 추가로 가동할 예정이다. IHS마킷은 "중국 업체들의 LCD 생산 물량 증가로 인해 2022년까지 전 세계 디스플레이 공급 증가율이 연평균 59%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는 2009년 4분기 이후 31분기 동안 지켜온 LCD 출하량 1위 자리를 지난 3분기 BOE에 빼앗겼고,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LCD 비중을 33%까지 줄이며 사실상 LCD시장에서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이순학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감안해 11일 TV용 대형 LCD 비중이 높은 LG디스플레이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당초 시장 전망치인 3430억원보다 38.5% 낮은 2110억원으로 조정했다. 1분기에 비해서는 영업이익이 4분의 1 이하로 줄어든 수치이다.

한국 기업 독무대인 OLED도 안심 못해



조선비즈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LCD를 대신하는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OLED도 안심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중소형 OLED 패널은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전 세계 시장의 98% 이상, TV용 대형 OLED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99%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2년 뒤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이다. 대만 경제일보는 11일 “애플이 대만 OLED 업체인 다윈정밀공업, 판쉬안과기공사 등과 협력해 중소형 OLED 개발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현재 신제품 아이폰X의 OLED 디스플레이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전량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대만 기업들과 중소형 OLED 개발·양산에 성공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대 고객을 잃는 것은 물론 시장 지배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 샤프, 재팬디스플레이, BOE 등도 2019년 양산을 목표로 중소형 OLED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독무대인 대형 OLED 패널 시장에서도 경쟁사들이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일본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재팬디스플레이와 소니, 파나소닉 등이 공동 설립한 JOLED는 최근 대형 OLED 패널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샤프의 다이정우(戴正吳) 사장도 지난 7일 “OLED 패널 일본 연합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타도 한국’의 기치를 내걸었다.

이런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의 중국 TV용 OLED 공장 건립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계획을 5개월 넘게 허가하지 않으며 경쟁사들의 추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경쟁이 치열한 디스플레이 시장은 선제적 투자와 기술 개발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같은 산업은 6개월만 투자가 늦어도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LCD와 OLED 패널

LCD 패널은 형광등이나 LED 반도체와 같이 화면 뒤에서 빛을 쏴주는 광원(백라이트)이 필요하다. 반면 OLED 패널은 화면 스스로가 빛을 내기 때문에 광원이 필요 없어 스마트폰과 TV 등 각종 IT 기기를 더 얇게 만들 수 있다.






박건형 기자(defying@chosun.com);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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