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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괴로운 청춘들…호황에도 '나홀로' 실업률 급등(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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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청년들…실업률↑ 임금↓ 비정규직↑

노인·여성 고용 개선되는 와중에 청년 실업만↑

경제 좋아져도 기존 기업들 일자리 창출 못 해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서울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김연수(27·가명)씨는 2년째 취업을 준비 중이다. 대기업 입사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게 수십 번이다.

그나마 해가 갈 수록 대기업 서류 합격률마저 줄었다. 김씨는 취업 준비가 길어지며 스타트업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곧 그만뒀다. 경제는 ‘서프라이즈’ 호황이라는데 체감할 수 없으니 억울함도 있다고 한다.

김씨의 불안감은 곧 우리나라 청년들을 함축하고 있다. 각종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와중에도 청년 고용은 유독 악화하고 있는 탓이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5~29세 실업률은 9.2%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편제된 지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올해는 더 심각할 전망이다. 올해 1~3분기 중 25~29세 실업률 평균은 각각 10.1%→9.7%→9.3%를 보였다. 모두 지난해 평균을 웃돌았다.

이는 다른 취업 취약계층인 노인과 여성의 경우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은 39.3%를 기록해 2010년(36.0%)에 비해 3.3%포인트 상승했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들의 고용상황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58.3%로, 2010년(53.7%) 대비 4.6%포인트 늘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고령층의 경우 최근 정년 연장에 따른 실업률 완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가 늘면서 여성 실업률도 개선되고 있다”며 “청년의 취업난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간제 일자리는 2003년 93만개에서 올해 266만개까지 늘었는데, 이 중 70%가 여성 인력에 돌아갔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유독 더 힘든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 상승세는 두드러졌다. 2010년과 비교해 지난해 우리나라 청년(25~29세)실업률은 2.2%포인트(7.0→9.2%) 상승했다. 그리스(14.1%포인트)와 이탈리아(7.1%포인트) 정도만 우리나라보다 그 폭이 더 컸다. 같은 기간 OECD국가의 청년실업률은 오히려 2.3%포인트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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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문턱을 간신히 넘으면 청년들은 ‘고생 끝’일까. 통계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일단 청년 임금만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대졸 1년차 임금 수준은 2006년 이후 10년간 거의 같다. 실업 상태인 청년층이 늘어나면서 임금 협상력이 약화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전체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은 상승했다. 이 때문에에 전체 임금 대비 청년층 임금은 74%에서 71%로 주저앉았다.

비정규직 비중도 청년층만 ‘나홀로’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매년 8월 기준)에 따르면 올해 20대의 비정규직 비율은 32.8%였다. 지난 2007년(31.2%) 대비 1.6%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기성세대의 비정규직 비중은 급락했다. 30·40·50대의 경우 각각 9.2%포인트, 8.0%포인트, 8.8%포인트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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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경기 호황의 과실은 반도체 같은 일부 업종에 집중되고 있는데, 그에 따른 고용 창출은 크지 않아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에 운영되는 사업은 이미 일자리가 전부 차 있다고 봐야 한다”며 “그 자리에 청년들을 채우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 역시 청년실업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근무시간 조정 등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기존 근로자는 나아졌으나, 새 일자리는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박 교수는 “정부 정책은 주로 기성 노동자들에게 유리하다”며 “청년들을 새로 뽑으려면 신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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