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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인당 1733만원…영수증ㆍ보고서 없는 금배지의 해외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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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교류’ 외에 성과ㆍ정책 미미…외유 논란

-내년 예산서 출장비 증액…‘특권’ 되살리기 빈축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특권 내려놓기’를 선언했던 20대 국회에서 의원 1명이 해외출장에 쓴 비용은 평균 1733만원에 달했다. 현지 시찰, 의원 외교를 명분으로 해외출장에 나서지만 그 흔한 경비 영수증이나 결과 보고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입법이나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오히려 국내로 돌아와 구태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의원들의 해외출장이 ‘외유’로 비난 받는 이유다.

올해도 어김없이 정기국회가 끝나자마자 정세균 국회의장을 포함해 여야 지도부, 각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앞다퉈 해외출장에 나섰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기국회가 끝난 지난 9일부터 이달 말까지 해외출장을 갔거나 계획한 의원들은 100여명에 달한다. 일부 의원들은 2주 남짓한 12월 임시국회 회기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일부 상임위는 정족수 부족으로 회의를 열지 못하는 등 임시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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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의 국내ㆍ외 출장비는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 국회는 내년 예산에 의원공무수행출장비, 의원외교활동비를 증액하는 등 각종 인건비를 포함해 총 462억7500만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해외출장에 쓴 영수증 내역은 공개되지 않는다. 결과 보고서는 국회 홈페이지에 올려놓는 게 전부다. 이렇다 보니 해외출장 성과나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회의장조차 연례 행사처럼 1년에 수차례 해외출장을 나서지만 ‘인적 교류’ 외에 의미있는 성과는 없다.

실제로 ‘국회의원외교활동등에관한규정’을 보면 20일 이내에 활동결과보고서를 서면으로 국회의장에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본회의나 상임위에 보고할 의무는 없다. 해당 보고서는 국회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사진이거나 보도자료, 상대국 면담자 프로필이 대부분이다. 정책 보고서라고 하기에는 한참 모자른다.

비용 처리도 불투명하다. 본지가 국회사무처를 통해 받은 ‘2016년 5월~2017년 7월 국회의원 해외출장 현황’을 보면, 이 기간 의원 221명이 총 72개국을 방문하면서 38억3167만원을 썼다. 1인당 1733만원을 썼지만, 자세한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예산 집행을 위해 영수증 내역을 받고 있지만 외부에 공개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은 '국무위원 보수에 상당하는' 공무원에 속한다. 통상 차관급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 장관급 이상 대우를 받고 있다. 공무원 신분인 만큼 제대로 된 공무원 규정을 만들어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는 내년 예산에 의원공무수행출장비 3억원, 의원외교활동 2억3300만원을 각각 늘렸다. 두 항목의 총 예산은 85억6400만원이다. 20대 국회 전반기 1년 해외출장비의 배가 넘는다. 혈세가 의원들의 ‘눈 먼 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영수증을 낱낱이 공개하고 결과 보고서 보고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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