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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당신이 아이폰을 분실하거나 파손시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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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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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잃어버리면 절대 못찾아"
"부서졌잖아. 더이상 사용할 수가 없어"
"됐어, 어차피 새로 사야하니까..."

아이폰과 같은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더 좋은 신형 제품이 나오면 분실하거나 일부러 파손시켜 더이상 미련을 갖지 않는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미시간·컬럼비아·하버드 대학 공동연구진이 미국 마케팅 협회(AMA·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 연구 저널에 발표한 "그것을 조심해!-제품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특이 행동의 증가("Be Careless with That!" Availability of Product Upgrades Increases Cavalier Behavior Toward Possessions)" 논문에 따르면, 사용하던 제품에 문제가 없더라도 신제품이 출시되면 분실이나 파손에 대한 죄책감·과소비라는 생각을 쉽게 버리고 신제품 구입을 정당화 하는 '무신경한 태도(Cavalier Behavior)'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저자인 실비아 밸레짜(Silvia Bellezza) 컬럼비아대 조교수와 조슈아 애커만(Joshua M. Ackerman) 미시간대 심리학 부교수, 프란세스카 지노(Francesca Gino) 하버드대 교수는 일명 '업그레이드 효과(Upgrade Effect)'를 확인하기 위해 국제 모바일기기 고유 식별 번호(IMEI)를 추적하는 IMEI 디텍티브 웹사이트(www.imeidetective.com)에서 2010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119개 국가에서 분실하거나 도난당한 아이폰 3000개를 추적·분석한 결과 이들 기기 사용자 대부분이 IMEI 추적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분석 대상에 대한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인 인식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 어렵지만 위험한 행동, 일반적인 제품 무시, 빠른 소모품 소비율 테스트와 같은 중요한 지표와 함께 아이폰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와 모의실험 등 다양한 데이터를 반영했다.

특히 신형 아이폰이 출시되는 시기에는 IMEI 추적 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도난이나 분실보다 기기에 파손이 발생했을 때는 신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가을 출시된 아이폰7을 불과 몇달 전에 구입했는데도 올해 가을 출시된 최신형 아이폰8이나 아이폰X를 구입하는 목적을 정당화 하기 위해 멀쩡한 아이폰7을 홀대하거나 분실·파손 등을 방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슈아 애커만 부교수는 "사용자의 제품 업그레이드는 단순히 교체가 아니라 기존보다 향상된 신형 버전 제품일 경우 분실이나 파손과 같은 부주의가 더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애커만 교수는 "새로 구입하려는 제품의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가지고 있던 멀쩡한 제품에 손상을 입히거나 분실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같은 행동이 우리의 잠재 의식에 숨어있다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제품을 얻기 위한 이유를 정당화 하려는 매우 강렬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데, 이미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음에도 매력적인 신형 휴대전화를 보며 이를 갖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같은 열망은 스스로에게 '내 전화기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거나 '어떻게 해, 땅에 떨어뜨려서 액정이 깨졌어', 또는 '택시에 놓고 내렸네'와 같은 식으로 정당화 한 뒤 '오, 이제 나는 그 신제품을 살수 있게 됐다'고 스스로를 합리화 시킨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것이 일반적인 행동인지 파악하기 위해 머그잔을 이용한 '업그레이드 효과'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약 90여명의 실험 참가자에게는 머그잔이 주어졌는데, 한 그룹은 파손시 더 좋은 머그잔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주었고, 다른 그룹은 별다른 업그레이드 혜택을 주지 않았다. 피실험자들이 나무 블럭을 이용한 젠가 상단에 머그잔을 올려 놓고 블럭이 무너지지 않게 나무 블럭을 하나씩 빼내도록 했다.

실험결과 업그레이드 혜택이 없는 피실험군은 매우 신중하게 시간을 들여 블럭을 제거해나갔지만보다 파손될 경우 더 멋진 머그잔을 받을 수 있는 피실험그룹 참가자들은 일부러 부주의한 행동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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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베젤라 조교수는 "소비자가 자신의 물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보살피는 지배적인 유물론적 개념과 달리 이번 연구결과 매력적인 제품 업그레이드가 있을 때 소비자가 소유한 제품에 인위적으로 소홀히 하는 행동을 보였다"며 과거 내 이웃과 생활 만족도를 비교하는 일명 '존스네 따라 하기’(Keeping up with the Joneses)'에서 최근 기술이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이같은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물론과 행복지수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이 연구는 기존 주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주관적 복지 및 유물론 연구로 유명한 일리노이대학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에드워드 디너(Edward Diener) 박사는 자신의 논문에서 "유물론주의자들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비유물론주의자와의 삶의 만족도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며 "만약 당신이 가난하면서 유물론주의자가 되는 것은 나쁘다. 만약 당신이 부자라면 비유물론자보다 덜 행복하겠지만 그 격차는 거의 따라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술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은 "이 연구가 제품주기 예측 및 수량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대중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이 연구결과를 전하며 18세기 저명한 과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의 명언을 소개했다.

채식주의자였던 그는 자서전 <후회없는 생애>에서 풍랑으로 조난당한 섬에서 고립생활을 하면서 먹을 것이 부족하자 자신을 합리화 하고 결국 물고기를 잡아 맛있게 먹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성적인 동물이란 참 편리한 것이어서, 자신이 할 생각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 붙이거나 찾아낸다(So convenient a thing it is to be a reasonable creature, since it enables one to find or make a reason for everything one has a mind to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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